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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왜 책상이라 부르나/스위스 소설가 페터 빅셀 전집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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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왜 책상이라 부르나/스위스 소설가 페터 빅셀 전집 간행

입력
1996.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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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기존사고를 우화적으로 뒤집는 ‘반역적 사유의 시인’『「똑 같은 의자들, 똑 같은 침대, 똑 같은 그림. 그리고 책상을 나는 책상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왜 그래야 되는거지?」 「자 , 이제 뭔가가 변화한다」하고 그는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 침대를 그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Peter Bichsel)은 기존의 사고를 우화적으로 뒤집어 버린다. 우리가 흔히 불변의 진리로 알고 있는 것들,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일상들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는 별로 유쾌하지는 않아 보인다. 견고한 기성의 체계와 낡은 사고방식은 여전히 「책상은 책상이다」라며 빅셀 소설의 주인공들을 비웃고 있기 때문.

그간 부분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빅셀의 글들이 전집으로 일부 간행됐다(하늘연못 간). 1권은 「사계」(김재혁 옮김), 2권은 「책상은 책상이다」(김창주 옮김). 전집은 모두 5권으로 나올 예정.

본업이 소설가이면서도 「반역적 사유의 시인」으로 불리는 빅셀은 35년생으로 본국인 스위스는 물론 독일어권의 대표적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저널리스트. 데뷔작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와 만나고 싶어한다」로 권위있는 「47그룹상」을 수상했고 「동화들」 등 그리 많지는 않은 작품집을 냈다.

빅셀을 특징짓는 것은 무엇보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심」이다. 책상을 양탄자라 부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책상은 책상이라는 「기성의 사유체계」뒤에서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음험한 기득권자들에 대한 거부다. 빅셀은 이 체계는 우리들의 창조적, 반성적 사유를 짓누르고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이며, 「당연한 사실들」은 우리 일상의 구석구석에까지 스며들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일깨우려 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메시지를 군더더기라고는 없는 간결하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 보인다.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면서 깔끔하게 써 넣은, 생략이 큰 여백을 이루는 문체」다. 그래서 막스 프리쉬는 소설을 쓰는 빅셀을 「시인」이라 불렀다. 역자 김창주씨는 『빅셀이 특유의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 「반역적 사유」에서 독자들은 토마스 쿤이나 미셸 푸코 등의 난삽한 저작들에 대한 긴장된 독해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인식적 지평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번역된 「사계」는 네 가구가 세들어 사는 서구식 한 셋집을 무대로 실타래같이 엉킨 주인공들의 생활상을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절망을 다룬 작품. 빅셀 스스로 아홉번이나 고쳐썼다는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책상은 책상이다」는 촌철살인의 31편의 우화소설을 한곳에 묶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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