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소설 「아담이 눈뜰때」에서 20세 주인공이 가장 갖고 싶어했던 것은 타자기와 턴테이블, 그리고 뭉크의 화집이었다. 암울한 청춘과 어울리는 화가는 역시 뭉크다. 그는 위안이 아니라 더 깊은 절망으로 사람을 밀어넣음으로써, 더 이상의 절망을 허용하지 않는 「역설적 위안자」였다.노르웨이의 대표적 작가인 에두바르드 뭉크(1863-1944). 하지만 그에게 노르웨이는 죽음과 상실을 안겨준 땅이다. 그의 어머니가 다섯살 때, 그의 누나도 그가 열다섯살 때 죽었다. 모두 결핵 때문이었다. 누이동생은 정신병에 걸렸고, 아버지와 남동생 역시 뭉크가 어렸을 때 죽었다. 그의 유년기 기억을 가득 채운 것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병든 아이」(1888년), 「죽음의 방」(1892), 「죽음의 침상 곁에서」(1895), 「죽은 어머니」(1899)는 죽음을 표현한 그의 수많은 작품 중의 대표작이다.
26세 뭉크의 얘기. 『나는 숨쉬고, 느끼고, 괴로와하는 사람, 즉, 살아있는 사람을 그릴 것이다. 사람들은 이 작업의 신성함을 이해할 것이고 교회에 있을 때 처럼 모자를 벗을 것이다』
「절망하는 인간」에 대한 뭉크의 관심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묘사에서도 그 대로 드러난다. 1895년작 「마돈나」는 예수를 잉태한 그야말로 성스러운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를 그리려 한 것이다. 무아경에 빠져 생명의 빛을 발하는 마리아는 뒤쪽에 드러나는 광채로 인해 새 생명의 잉태자로서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핏기 없는 얼굴과 빈약한 둔부, 휑한 눈과 붉은 빛의 젖꼭지와 배꼽은 「고통받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킨다. 녹색, 회색, 바랜 황토색 등 낮은 채도와 명도의 채색은 어두운 뭉크의 심경에 딱 어울리는 색이다.
그러나 뭉크가 여성을 늘 애상적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키스」(1892), 「요부」(1895)에서 여성의 모습은 남성과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하는 순간의 여성이 마치 남성을 먹이감처럼 먹어 치우는 듯이 그려냄으로써 여성 혐오증의 일단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인생에 대한 그의 비관적 인생관이 때로는 절망하는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혐오로 교차돼 나타났다고 평한다.
그의 대표작 「절규」(1893)에서 음침한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와 핏빛 구름을 배경으로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모습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크기는 세로 91㎝, 가로 70.5㎝. 오슬로 국립미술관 소장.<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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