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민들이 국회에 법률개정이나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청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청원 증가의 상당부분이 경실련,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정치적 조직으로서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민주화투쟁이 시대적 적합성을 점차 상실해 감에 따라 한동안 정치적 영향력의 축소를 강요당했던 시민단체들이 이제 그간 내부적으로 축적해 온 역량을 진일보된 형태로 표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민주주의하에서 정치적 조직으로서 시민단체들의 역할과 활동공간은 충분히 인정되고 확보되어야 한다. 정부 및 정치권과 시민단체와의 관계는 상호경쟁 혹은 대체의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치적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참여기회와 장을 제공함으로써 드러나지 않은 국민의 정치적 수요와 관심을 반영할 수 있다. 또 사회적 가치와 관점의 다양성 속에서 불가피하게 한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국가의 딜레마를 새로운 의제를 제시함으로써 상보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시민단체의 이러한 역할들은 갈등의 비폭력적 해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의 사회적·정치적 통합을 가져온다.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단체 양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치권이나 행정부에서는 시민단체들을 통한 국민들의 정치적 참여에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적이나 경쟁자가 아닌 「우리」의 일부임을 인식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우선 시민단체들은 그들이 제기하는 참여에의 요구가 우리 정치시스템 속에서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째, 시민단체들의 내적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책무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시민단체들의 활동공간이 확보되는 정도에 걸맞은 내부적 경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른 어느 시장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부문에서도 독과점의 폐해는 무시할 수 없다.
셋째, 시민단체 활동과 관련된 행위윤리의 준수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자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윤리적 행위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부담은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넷째, 공익성과의 거리를 언제나 확인해 보아야 한다. 각종 이익, 로비단체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민단체 활동은 존립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들은 의제의 제안과 추진에 있어 유연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결국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정치적 과정의 일부이고 보면 타협에 의한 부분적 성취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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