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치인의 문화지수(음악노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치인의 문화지수(음악노트)

입력
1996.12.02 00:00
0 0

언젠가 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오케스트라 예산을 삭감,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문화적 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일이었다.해마다 전국의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이같은 갈등을 되풀이해서 겪고 있다. 그런데도 처우나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예산 의결권을 가진 의원들이 예술에 거리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시향을 비롯해 20개가 넘는 시립 교향악단의 처우는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지방 시향의 경우 5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으로 단지 시향이라는 명예만을 고수하고 있는 단원들로 구성된 악단이 적지않다. 이런 상황에서 단원들에게 음악적 열의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흔히들 오케스트라를 문화의 척도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지역 단체장과 의원들의 문화지수요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12월 정기국회 폐회와 맞물려 국회에서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의원들의 노래와 피아노 솜씨를 곁들인 가곡이 불려진다니 어설픈 「문예진흥」보다 한결 나아보인다.

정치지도자들이 문화예술을 몸에 익혀 국민에게 선보이는 것은 싸움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가상에 큰 변화를 느끼게 한다. 비단 정치가 뿐만 아니라 21세기엔 사회 모든 지도자들이 문화를 필수불가결한 덕목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매일 집에 돌아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친다는 캐나다의 전 총리, 내한하자마자 세종문화회관으로 달려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한 영국의 전 총리…. 지도자의 격이 달라지면 분명 정치도 달라지지 않을까.

문화예산 삭감을 특권인 양 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일은 개인의 취미와는 다르다. 이는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신성하고 중요한 의결권 행사이다. 문화예산 지원에 목소리 높이는 의원이 돋보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왜냐하면 국민이 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