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통역사… DJ… 끊임없는 변신/‘줄리’서 비련의 여인역 또한번 도약연극배우 배유정(33)은 거침이 없다. 동시통역사라는 쉬운 길을 놔두고 늦깎이로 연극판에 뛰어들고, 국립극단이라는 어엿한 무대에서 뛰쳐나와 소극장 배우로 나서고. 거침없는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파격」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그는 또 하나의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시사프로그램 패널,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이지적인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던 차에 신분과 성차별의 벽에 주저앉는 「비련의 여인」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성좌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극단 연인의 「줄리」(원작 스트린드베리히, 연출 박철완·12월29일까지)에서 그는 하인을 유혹하고, 결국 파멸하는 백작의 딸 줄리로 관객을 맞는다.
순간의 정염으로 하인 장과 하룻밤 사랑을 나눈 줄리는 사랑의 완성을 꿈꾼다. 하지만 하인 장은 줄리를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고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군림하기 시작한다. 엇갈린 사랑에 절망한 줄리가 선택한 것은 죽음. 『사랑에 무릎꿇은 여자, 그 여자로 욕심을 채우려는 남자. 탐욕과 아집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미묘한 내면 심리가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88년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90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 처음으로 연기를 배웠다. 92년 국립극단에 들어가 「여관집 여주인」 등 10여편에 출연하면서 마음껏 끼를 발산한다.
동시통역사라는 안락한 직업을 가진 그를 무대로 불러들인 것은 무엇일까. 『무대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미처 몰랐던 분노, 정열, 증오 등 숨겨진 감정을 무대에 토해내자 오히려 충만감을 느꼈다』
SBS의 시사프로그램 「뉴스 따라잡기」의 고정패널로 출연, 야무진 인상을 남긴 그는 MBC FM 「영화음악」의 진행까지 맡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방송도 그만두고 연극에만 파묻힐 생각이다.
아직도 연극이 무엇인지 모르고, 따라서 도전이기 때문이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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