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교수들의 행진/민현기/어느 교수의 ‘내부자 고발’(이 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교수들의 행진/민현기/어느 교수의 ‘내부자 고발’(이 책)

입력
1996.12.02 00:00
0 0

◎깡패가 무색한 상하관계/기득권 유지 위한 권모술수/교수와 거지를 한줄에 세운 통렬한 풍자교수들이란 의뭉끼로 똘똘 뭉친 집단이다. 학식과 권위라는 철옹성 덕택에 다칠 일도, 손해볼 일도 없는 그들. 「뭔가」를 무지무지 밝힌다.

또 왕초-똘마니 의식과 관행은 깡패보다 더 하다. 민현기 계명대 국어국문과 교수(49)는 소설 「교수들의 행진」(문학사상사 간) 에서 그렇게 단언한다.

독자는 도입부에 내걸린 다음 질문을 통과해야 본문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 다섯 가지는?」

하나, 항상 손에 무엇을 들고 다닌다. 둘,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셋, 수입이 일정치 않다. 넷, 얻어 먹기만 하고 대접할 줄은 모른다. 다섯, 되기가 어렵지 일단 되고 나면 밥은 먹고 산다. 무릎을 친 독자들은 어떤 황당한 풍경 하나와 맞닥뜨린다.

간밤에 과음한 방교수, 입이 찢어져라 하품해 가며 건성으로 논문심사를 한다. 「서론이라도 읽어야 할텐데…」. 이렇게 시작하는 교수 벗기기 행진은 점입가경이다. 방교수도 젊은 시절, 「과거」가 있다. 지도교수의 제자 겸, 개인 비서 겸, 보디가드 겸, 머슴으로 행세해 가며 따낸 교수직 아니던가.

대학교수직이란 결국 천국행 티켓이다. 우리들만의 천국을 지켜내려는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 교수들은 자기네 땅에 울타리를 두겹 세겹으로 두른다. 교수들이 기득권을 유지해가는 방식을 두고 소설은 「학문적 자위행위」 「학문적 근친상간」이라고 규정한다. 교수들은 라이벌 교수의 강의는 물론 일상 대화를 도청하고 비밀 녹음한다.

소설은 시국사건에 연루돼 대학을 10년 다닌 탓에, 그렇게 바라던 교수에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어떤 신문기자의 입을 빌어 현실을 직설법으로 이야기 한다.

기자는 보았다. 예술대학 교수들의 입시부정 사건, 딸의 학사학위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교수논문집에 실은 교수, 연구실에서 대마초 파티를 벌이다 구속된 교수들…

소설의 등장 인물은 모두 허구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소설, 100% 허구로 치부하고 말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닌게 아니라 책에는 교수들이 각종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는 등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기사도 몇 동원됐다.

문학사상사는 또 일본의 더러운 교수 사회를 묘사한 소설 「다다노 교수의 반란」도 이번에 함께 출간했다.<장병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