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재즈 등 국내 첫선/묵직한 선율 ‘뿜빰뿜빰’코끼리 마냥 덩치만 멋없이 큰 뒷전의 악기 튜바가 「내 땅」을 외치고 나섰다.
『뿜빰 뿜빰』 둔탁하기만 한 최저음 뱃고동 소리, 날렵함이나 정밀함은 아예 꿈도 꿔 볼 수 없는 소리, 행진 악대 또는 재즈 밴드의 베이스 파트로서나 제격일 것 같은 소리….
튜바를 전면에 부각시킨 음반들이 다가 온다. 미국의 금관 악기 전문 레이블 「서미트(Summit)」가 발매한 튜바 시리즈다.
이번에 첫 선을 보인 튜바를 위한 음악은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모두 23종. 미국서 79년 처음 소개됐던 음반을 음악 관련 수입 전문 업체인 「굿 인터내셔널」사가 최근 수입·배포했다.
튜바 시리즈는 우리의 음악 편식에 일침을 가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같은 화려한 독주 악기만이 클래식의 전부가 아니다. 튜바로 한껏 펼친 음악적 스펙트럼, 음악 소비 관행을 되돌아 보게 할 계기다.
본격 튜바용 음악이 작곡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 시리즈의 음반은 그래서 현대 튜바곡, 기왕의 명곡들을 튜바용으로 편곡한 작품 등 두 부류로 대별된다.
국내에서는 튜바 입시곡으로도 성가 높은 힌데미트의 「튜바 소나타」, 미국 작곡가 존 스티븐스의 「네 대의 튜바를 위한 달의 춤」이 이번 발표된 현대 튜바곡의 전부. 이 보다는 기존의 명곡을 편곡한 작품들이 절대 다수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즈」, 홀스트의 「혹성」 등은 또 어떻게 『뿜빰』댈까.
이 시리즈는 튜바라는 악기가 십중팔구 낯설 일반인을 위해 길을 터주기 위한 배려도 하고 있다.
튜바의 장기인 저역 음대의 매력이 최대한 살도록 편곡한 「튜바 관현악 발췌 시리즈」는 오디오 스피커의 저역 테스트용 음반으로도 사용될 법 하다. 또 「튜바 재즈 코드 연습곡집」은 스윙, 라틴, 블루스, 펑키, 집시 등 여러 리듬 속에서 튜바가 어떻게 운신할 수 있는 지, 실증해 보인다. 튜바와 클래식 기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태의 2중주가 재즈의 이름 아래 펼쳐진다.
튜바는 그동안 왜 음지 신세였을까?
음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 음반사들의 타성적 제작 태도 때문이었다는 것이 「굿 인터내셔널」측의 설명이다. 「튜바의 저음은 다른 악기에 비해 멋없이 튀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시장성이 전혀 없다」는 그들의 통념을 「서미트」의 금관주자들이 정면에서 되받아 쳤다는 것.
무엇보다, 클래식의 타성적 감상 태도가 불만스러웠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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