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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무역의 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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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무역의 날(사설)

입력
1996.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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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번째 맞이한 30일 무역의 날은 이 날이 생긴 이래 가장 우울한 날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치사를 통해 『무역으로 일으킨 나라, 무역으로 선진국을 만들자』고 역설하면서 관계자들을 격려했지만 수출하는 사람들이 힘을 내기에는 요즘의 환경이 너무나 실망스럽다.지금의 수출은 한마디로 말해서 위기적 상황이다. 올들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말까지 4.6%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의 33.8%에 비교해 볼 때 충격적인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 대한 수출은 최고 10%까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최고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미국과 일본 두나라에 대한 적자만 합해도 200억 달러가 넘는다.

문제는 이렇게 급격하고 충격적인 수출부진에 대해 뭐라고 특별히 설명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엔저는 항상 움직이는 변수이고 반도체 역시 특정품목의 수출경기가 항상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두가지로 합당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수출은 구조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한두가지 수단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총체적인 위기인 것이다.

이번 무역의 날이 특별히 더 답답하고 우울한 것은 수출의 위기적 상황에 대한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각성과 대응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처럼은 못한다 해도 새로운 개방체제하에서도 수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정책으로 격려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정부는 수출에 대해 너무나 방심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익이 좋은 수입에만 열중하고 있다. 범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수출진흥 시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64년 1억달러로 시작해서 지난해 1,000억달러를 돌파하기까지 우리는 연평균 수출신장률 25.1%의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수출에 의지해서 성장을 해왔고 지난해만해도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47%였다. 성장뿐아니라 외채를 해결하는 길도 수출외에는 없다. 1,000억 달러의 거대한 외채를 짊어진채 해마다 200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내면서도 수출을 게을리한다면 결국 빚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남미형 악순환에 빠져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수출이 아니면 살아갈 길이 없는 나라인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나 일반국민 모두가 수출에 대해 전면적인 자기성찰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출주도형성장을 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장전략을 택할 것인지, 수출주도형으로 나간다면 지금 이대로도 그게 된다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는 수출에 희망이 없다. 수출로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출입국의 기치를 다시 한번 올려야한다. 수출을 경제시책의 제1목표로 내세워 강력한 드라이브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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