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진국 수출 급감/개도국 시장도 부진30일 제33회 무역의 날을 맞아 예년과 같이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 무역업계대표 근로자 수출관련기관 임직원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표정은 어느 해보다도 무겁고 침통했다.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사상최대인 2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만큼 우리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내년에도 희소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힘겨운 현실이 참석자들의 심정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
특히 반도체 등 주요품목과 대선진국 수출이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선데 이어 수출전선에서 그나마 버팀목역할을 해온 대개도국 수출도 불황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 수출부문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선진국수출은 지난해 중반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올들어 10월까지의 미국에 대한 수출물량(금액기준)이 전년동기 대비 32.2%나 줄어든 것을 비롯,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도 각각 20.6%와 29.1% 감소했다. 대선진국 수출감소는 국내상품의 가격및 품질경쟁력이 곤두박질하고 반도체가격이 폭락한데 따른 예견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국산품의 경쟁력이 높은 개도국에서도 해당국가의 여건변화에 따라 예상과는 달리 수출신장률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여 무역수지적자를 만회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대개도국수출은 올초까지만 해도 호조를 띠었으나 중반부터 정체국면에 접어들어 1∼10월중 수출물량이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모두 전년 신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출주도형이 대부분인 동남아지역에서는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내수부진이 심화하면서 수출신장률이 지난해 47.9%에서 4분의 1수준인 12.7%로 떨어졌다.
또 중국도 긴축정책의 장기화로 구매력이 낮아지는 등 여건이 악화해 수출신장률이 29.2%에서 17.7%로 하락했고, 중남미지역에서도 국산품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전년동기의 절반수준인 17.4%의 신장률에 그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대개도국수출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에 대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 시행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우리기업들은 특정 개도국의 상황이 호전되면 쏟아붓기 식으로 수출량을 늘리고 이후 대책은 세우지 않아 국가별로 수출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부국가는 재고처리시장정도로 여겨 호황때는 수출주문에도 응하지 않아 감정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김희주 박사는 『대개도국 수출물량이 54%(10월기준)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선진국 위주의 수출전략을 실행해 개도국시장 개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선진국과의 상품차별화, 해당국가의 여건변화에 따른 수출물량조절 등을 통해 개도국수출의 효율성을 높여야만 무역적자 만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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