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버클리대가 최근 대만의 장경국(장징궈)재단이 기부하는 300만달러의 돈을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재단측은 기부조건으로 새 연구센터명에 전 대만총통 장경국의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버클리대는 정치적 성향을 띤 자금을 받으면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이미지가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과 대학재정이 어려운만큼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기만 하면 받아야 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정치성 외국자금이 미국내 대학의 기부금으로 유입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외국자금 유입이 핫이슈가 되고 있는 마당에 학계까지 외국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인 셈이다.
장경국재단은 89년 1억달러의 기금으로 설립됐으며 자금의 절반은 대만정부가 출연했다. 이 재단은 매년 300만달러 이상을 미국 학술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버클리대는 아직 기부금 신청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신청시한이 12월까지이므로 곧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실제 정치성 자금이 학문적 연구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올해초에는 미시간대가 대만의 국제관계연구소로부터 45만달러를 기부받기로 돼 있었으나 하나의 중국만을 인정하는 미국정책을 옹호하는 학술논문을 쓰는 바람에 기부금을 잃었다.
버클리대는 30년전만해도 주정부로부터 예산의 80%를 지원받았으나 요즘은 9억달러 중 약 30%만을 주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므로 한푼의 기부금이 아쉬운 처지다.
30∼40년전에는 미국의 자금이 해외대학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연구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이제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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