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역사교육·교과서 “자학사관” 매도일본 우익단체들이 교과서의 군대위안부 기술 등을 삭제하기 위해 교과서회사에 총공세를 취하고 자민당내 보수의원들은 교과서는 물론 역사교육 전체를 뜯어고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독도 영유권 주장,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한 개헌론 등 단독정권 수립이후 우경화가 두드러지는 자민당 보수계와 점점 목소리를 높이는 우익단체의 뒤에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라는 이론공장이 자리한다.
후지오카 노부가쓰(등강신승) 도쿄(동경)대 교수가 회장인 이 학술단체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반성하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반전평화교육」의 완전 전복을 꾀하는 모임이다.
이 단체는 전후 50년을 맞아 국회불전결의 내용을 놓고 전국이 시끄럽던 지난해 여름 발족, 「근현대사 수업개혁」이란 계간지를 통해 이데올로기의 포문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역사교육이나 교과서를 『메이지(명치)유신 이후의 일본을 악으로 보는 자학·암흑사관』 『미국이 강요한 도쿄전범재판사관과 마르크스주의사관의 합작품』이라고 몰아붙였다.
「대동아전쟁은 정말 침략전쟁인가」 「난징(남경)대학살, 종군위안부의 허구는 이렇게 조작됐다」는 등 선정적인 제목의 계간지는 순식간에 서점에서 동이 났다. 대표적 우익지 산케이(산경)신문은 이들의 기고로 특집물을 거의 한해동안 연재했고 자민당의 우익의원 모임들은 이들과 정책토론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전혀 리버럴리스트로 보이지 않는 이들이 굳이 「자유주의」를 참칭하는 것은 소련붕괴후 쇠퇴기미인 사회당계 진보지식인들의 역사반성론을 유물사관으로 매도하고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역사해석』을 표방하기 위해서다.
발족 1년만인 올 여름의 전국대회에는 안도 유타카(안등풍) 홋카이도(북해도)대 교수, 요시나가 준(길영윤) 고베(신호)대 교수 등 우파학자들과 교사 400여명이 참가해 기세를 올렸다. 이들의 주장이 자기 나라와 역사에 자긍심을 갖고 싶어하는 소박한 시민층에도 급속히 파고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후지오카 교수는 『걸프전 이후 인류는 전쟁을 피할 수 없고 일본의 일국평화주의가 환상임을 절감했다』고 자신의 방향전환을 설명하고 있으나 많은 학자들은 그의 종착점을 『민족주의로 포장된 우익사관이나 전쟁긍정사관』으로 점치고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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