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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쓴 현대인물지/고은씨 시집 「만인보」 10∼12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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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쓴 현대인물지/고은씨 시집 「만인보」 10∼12권 출간

입력
1996.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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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윤보선·3김 등 정치인서/문인·재야인사 등 망라 실명묘사「이상한 순풍이었다/행운의 연속/그가 탄 배는 뱃머리가 늘 힘찼다/…79년 여름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그의 직관적인 결단으로/YH노동자들 신민당 강당 농성을 승낙해주었다/그것이 유신체제가 쓰러지는 바퀴소리일 줄이야」

시인 고은은 「김영삼」을 이렇게 읊고 있다. 막상 시집이 나오기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던 고은의 전작시집 「만인보」 10, 11, 12권(창작과 비평사간)이 30일 출간돼 시중에 깔렸다. 시로 쓴 사회사, 시로 쓴 인물지이다. 고씨는 「만인보」에서 「시」라는 형식으로 70년대 이후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오고, 역사로부터 버림받기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명으로 묘사했다.

10권에 1백10편, 11권 1백14편, 12권 1백21편 모두 3백45편의 시에서 그는 그동안 스쳐 만났던 사람들과 그와 관련된 사회적 명암을 이야기한다. 김대중 안국동(윤보선) 유진오 박정희 JP 이철승 김영삼씨 등 정치인, 함석헌 문익환 유인태 이철 백기완 김근태씨 등 재야에 몸담았던 인사들, 이응로 박목월 박수근 이호철씨(이상 게재순서) 등 문화예술인에서부터 설총 고선지 연산군까지가 모두 그의 시의 주인공들이다.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담당」 「대법정 정리 김두석」도 시대를 반영한다.

「김대중」은 이렇다. 「고난이 필요한 시대 그는 고난의 화신이었다/…모든 준비를 다 마쳤다/하지만 오직 하나/그가 바라는 것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아직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박정희」는 「녹슨 쇳소리/그의 목소리의 파쇼는 바윗덩어리였다/…어느덧 춘궁기 보릿고개가 사라졌고/전란 이후/휴전선 이남의 산야는/개발의 나라/ 성장의 나라였다」라고 썼다.

「JP」는 「이 새끼 저 새끼/군발이판에서/거의 유일하게 인텔리겐챠의 얼굴이었다/무시무시한/무지막지한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공화당을 만들었으나/ 권력에서 밀려나와/서귀포의 풍경화가 되었다」로 묘사된다.

이번 시집은 나오기 전부터 화제였다. 9권째가 나온 89년 12월 이후 7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전까지는 주로 고향과 그 곳의 사람들을 노래했던 고씨가 70년대 이후 당대의 현존인물도 다루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그는 막상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될지도 모를 이번 시집의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여느때보다 더 공들여 교정을 보는 등 품을 들였다고 한다. 그 부담 때문인지 50, 60년대는 건너 뛰어졌다. 「만인보」는 모두 30권, 3천5백명 정도의 인물을 다룰 예정이다.

고씨는 『오늘날처럼 인간이나 인간적인 여러 사상에서 카타르시스 없는 상태가 넘쳐나고 있는 때도 없지 않은가. 시간의 여과는 모자랄지 모르지만 이 전작시를 문학으로 읽으나 시대로 읽으나 개의치 않겠다』며 『「만인보」는 나 하나의 일이 아니라 여러 곳의 정서와 담론이 함께 만드는 합작이길 바란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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