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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예술학교가 몰려온다/쇼팽아카데미·모스크바 음악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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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예술학교가 몰려온다/쇼팽아카데미·모스크바 음악원 등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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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대학들과 진출계약/정부 개방일정 불분명속 교육 대외의존도 심화 우려교육시장 개방을 앞두고 해외 유명 음악원 및 무용학교들의 한국분교·분원 설립계획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외국 예능교육기관의 「침투」 형식은 주로 국내 업체가 자본투자 및 관리 운영을 맡고 본고장에서 교수진과 교육시스템을 제공받는 형식이다. 한국분원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는 폴란드 국립 쇼팽아카데미, 러시아의 모스크바음악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등이 모두 이런 형식으로 한국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국 교육기관이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교재, 운영방식 등을 국내업체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의 로열 컨서버토리가 이같은 방식으로 상륙한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 한국분원은 상명대학과 계약, 본교 교수진을 파견하고 교육과정을 이전하는 형태의 한국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쇼팽아카데미는 지난해 10월 한국정서교육개발(주)에서 운영하는 서울음악원(원장 이남수)과 97년 이후 한국에 분교를 설립한다는 계약을 했다. 교육부의 학원인가를 받아 95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무실을 마련한 서울음악원은 현재 100여명의 강사를 확보, 280여명의 수강생에게 실기지도를 하고 있다.

1810년 설립된 쇼팽아카데미는 폴란드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음악대학으로 세계 5대 음악원중 하나로 꼽힌다.

1927년부터 세계적 수준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 10여명의 한국학생이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음악원 가운데 하나인 모스크바 음악원은 지난해 6월 쌍방울개발과 98년 3월 한국분원을 설립키로 계약을 했다. 이 음악원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북 무주 1,800여평의 부지에 들어설 이 음악원의 한국분원은 교사 및 기숙사 극장 등을 갖추고 각종 음악캠프도 마련할 계획이다.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음악원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은 94년 6월 한·러문화진흥협회(이사장 김동익)와 한국분교 설립 계약을 하고 98년 개원을 목표로 활발한 준비에 들어가 있다. 개원 1차년도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학과를 개설하고 러시아 본교에서 4명의 강사를 초빙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로얄 컨서버토리는 지난해 8월 국내의 로얄 컨서버토리 평가원(원장 최공진) 및 로얄 음악원(원장 이회자)과 음악교육과정 교재 평가시스템의 독점공급계약을 했다.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학교는 올 초 상명대학과 한국분교 설치에 합의, 「상명 볼쇼이 발레학교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98년 3월 문을 열기로 했다. 세계 최정상급 교육기관인 볼쇼이 발레학교는 300여명의 교수들이 600여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3단계 심사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8년동안 무용수업을 받으며 현재 한국학생 14명이 4∼8학년에 재학중이다.

외국 예능교육기관의 한국분교·분원 설립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개방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육시장 개방은 이미 발등의 불이고 우리 예술교육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교재나 시설 등 예능교육 관련산업이 연쇄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고 외국 교육기관의 무분별한 국내진출을 자극, 교육의 대외의존도를 기형적으로 높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춘미 한국예술연구소장은 『외국의 교육기관이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예술교육 시장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수요자가 넘치기 때문』이라며 『국내 예술계가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교재 및 교육시스템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호 기자>

◎국내외 예술교육비용 비교/유학 가는게 싸다/도로시 딜레이같은 대가와 국내교수 레슨비가 똑같아/수능과외비 더하면 외국의 2배

최근들어 예술가 지망 학생들의 조기 유학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엔 조기유학의 상당부분이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의 도피성 유학이었으나 갈수록 우수한 인재들의 조기유학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큰 이유중의 하나는 국내에서 예술공부를 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 차라리 외국에서 공부를 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때문이다.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유명 사립학교에 보내도 오히려 국내보다 돈이 덜 든다는 것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에 다니다 지난해 9월 예원학교 3학년에 편입해 현재 서울예고 1학년인 김모양(16)의 아버지(46·회사원)는 혀를 내두른다. 미국에서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딸의 1년 등록금이 5,000달러(약 400만원). 또 개인적으로 교수에 사사할 경우 1시간 레슨에 대개 70∼80달러를 지불했다. 1년동안 레슨비로 나가는 돈이 4,000달러를 넘지 않았다. 개인레슨비는 시간당 50∼200달러로 천차만별이지만 200달러 정도면 도로시 딜레이 같은 세계적인 연주교육가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뮤직캠프에 참가하면 5,000∼7,000달러가 추가된다. 그래도 1년동안의 총비용은 1만5,000달러(약 1,200만원)를 넘지 않았다. 뮤직캠프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에 1만달러로 족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레슨비가 천정부지였다. 딸이 서울예고에 내는 등록금은 분기별 46만원씩 1년에 184만원. 학교에서 주 1시간씩 실기강사에게 배우고 내는 돈이 월 8만2,500원으로 1년에 99만원. 주 1회 1시간씩 대학교수에게 받는 레슨비가 월 60만원으로 1년에 720만원. 이렇게 1년간 1,000여만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음악공부만 해서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데 있다. 김씨는 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한 일반 학과목 과외를 시켜야 했다. 국어 영어 수학은 종합반 학원에서 배우게 하는데 수강료가 월 40만원. 사회과목은 월 40만원을 주고 대학생 과외를 시키고 있다. 과외비만 월 80만원씩 1년에 960만원이다.

따라서 1년동안 딸에게 모두 2,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미국에서와 비교해 2배에 가깝다. 김양의 경우는 그래도 「평균 이하」로 돈이 드는 경우다. 주변에는 1년에 3,000만∼4,000만원을 부어 넣는 친구들도 있다.

Y대 음대에 다니는 K씨(22)는 『계산자체가 무의미하다』며 『1억원짜리 바이올린을 들고 다니는 음대생이 많을 정도니 돈이 없어서는 공부를 계속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예술고 학생은 슈퍼맨/영수 과외·레슨·개인연습 숨가쁜 일과

우리나라에서 예술계 대학에 가려면 슈퍼맨이나 원더 우먼이 돼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학과 공부와 실기연습 중 어느쪽이라도 소홀히 하면 대학진학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서울 S예고에 다니는 P양(17)의 하루일과는 숨막힐 듯 빠듯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상오 7시30분. 학교수업을 마치고 하오 5시30분께 집에 도착하면 피로가 확 몰린다. 그래도 쉴 수가 없다. 전공이 피아노인 P양은 하오 6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집에서 연습을 한다. 복습과 예습을 마친 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2시30분∼1시. 일주일에 이틀은 영어 수학 과외를 하고 하루는 강사를 찾아가 개인레슨을 받는다.

『의사나 변호사는 공부만 잘 하면 되는데 예능분야는 그렇지 않아요. 공부는 물론 실기까지 잘 해야 하니까요. 실기는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우리애는 하루 2시간씩 연습해요. 하루라도 쉬면 큰일납니다. 연습을 빠뜨린 다음날은 전날치의 2배인 4시간에 당일치 연습분 2시간을 합해 6시간은 해야 겨우 보충이 되거든요』 예고에 다니는 딸을 둔 주부 K씨(48)가 『딸애와 대화할 시간조차 없다』며 털어놓은 얘기다.

서울 D여고에 다니는 K양(17)은 아직도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예원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초등학교 때부터 해오던 플룻 공부를 그만두고 갑자기 성악으로 진로를 바꿨다. K양은 시험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변성기를 만나 바라던 예고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예원학교에 다닌 3년 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닌 기억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그는 최근 대학진학을 목표로 다시 음악공부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학과공부와 실기연습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 걱정이 태산같다.

『28일 기말고사 시험이 끝났지만 바로 12월19일에 있을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해요. 실기시험은 4곡을 치는데 1곡을 제대로 치려면 매일 2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이 필요해요. 그동안 기말고사 준비하느라고 4곡을 합쳐 하루 2시간도 채 연습을 못했어요. 속이 상해 죽겠어요』 S예고 1학년 L양(16)의 얘기이다.

L양은 학교에서 일반과목의 비중을 줄이고 실기시간을 늘린 것은 바람직하지만 당장 부담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대학에 가려면 내신성적 관리와 수능시험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어서 부족한 과목은 집에서 과외로 보충할 수 밖에 없어요』<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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