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위기론이 팽배해있는 가운데 한가닥 희망적인 보도는 8월 산업생산이 8.3%로 전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수출은 10%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도 희망적인 소식이다.한국경제가 위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부터이다. 총선전인 봄까지만 해도 경기하강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경제는 연착륙을 구가했고 심지어 2010년에는 G7의 대열에 오른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불과 두세달 사이에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듯 경제진단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경기하강속도가 지난 봄의 전망에 비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상성장률이 7.2%에서 6.8%로, 물가상승률이 4.5%에서 5%로, 경상수지적자가 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악화한 것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난 것이 특히 우려할 만한데 주로 반도체경기가 예상밖으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제가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하강을 경험하고 있는 기업 당사자와 일부 언론이 위기론을 과장했기 때문에 온 국민이 심리적 위기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은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 경기하강이 내년 3·4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순환은 자본주의 300년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93년 1월을 저점으로 지난해 3·4분기까지 2년반이상 경기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에 일정기간 경기하강은 당연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지난번 9%정도의 고도성장을 이룬 탓에 하강폭이 다소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경기하강기의 경제적 의미는 산업재편성이다. 사회적 평균이윤율 이하의 저수익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평균 이윤율 이상이 기대되는 새로운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기존 기업이 시장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이것이 경기순환의 묘미이다. 다행히 신규창업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금년 1∼8월간 신규창업기업의 수는 월평균 1,644개인데 비해 도산기업은 302개에 불과하다. 신설법인이 부도법인보다 5.8배나 많다. 지난해의 3.8배보다 훨씬 왕성한 창업이 이뤄진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지원 대책을 강구하면 퇴출할 기업이 퇴출하지 않고 반대로 시장에 진입해야 할 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의 저효율기업이 개혁을 서두르지 않아 경제가 스스로 부여한 구조조정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지금 우리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면에서 저부가가치구조, 비용면에서 고비용이란 점이다. 흔히 우리경제의 문제를 「고비용 저효율」구조라고 하는데 이보다는 「저부가가치 고비용」구조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동안 한국산업은 단순조립과 용접에 기초한 저부가가치 부문에서는 크게 발전했는데 설계와 디자인 그리고 정밀가공 기술이 필요한 부문에서는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 임금 등이 고비용이라는 것도 사실은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구조로 변신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국경제는 지금 위기가 아니라 선진화를 위한 구조조정기에 놓여 있다. 구조조정을 어떻게 훌륭히 이뤄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의 정책도 기업의 노력도 구조조정에 비추어 평가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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