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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캔버스가 아니다(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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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캔버스가 아니다(파리에서)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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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갈 때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턱없이 짙은 화장에 놀라게 된다.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정성들여 두껍게 바른 파운데이션과 색색으로 펴바른 아이새도우가 낯설다. 칼날처럼 예리하게 그린 눈썹과 진한 마스카라, 넓은 볼터치, 두터운 갈색으로 도배된 입술은 더 낯설다.

본래, 아름다운 여성보다는 아름다워지고자 노력하는 여성에게 더큰 호감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여성들의 화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여성들이 화장으로 타고난 아름다움을 가려버린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서구여성이나 가까운 일본여성과 비교해볼 때 한국여성의 피부는 월등히 탄력있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식 에스테틱붐이 일고 있는데 이는 한겨울의 눈처럼 희고 깨끗한 피부를 선호하는 그들이 한국여성의 피부에 매혹돼 그 피부유지방법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여성들은 유행색조에 지나치게 민감한 데다 「화장했음」을 과시하려는 듯 짙은 메이크업이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화장풍속은 본격적인 향장산업이 시작된 60년대에 우리나라가 할리우드 여배우들 모습을 연상시키는 미국식 메이크업을 받아들인 것에 반해 일본은 유럽의, 특히 프랑스 여성들의 자연파 메이크업을 채택한 것에서 기인한 것 아닐까 한다.

세계의 미를 지배한다는 파리시내를 걷다보면 고령의 여성들만이 짙은 화장을 하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젊은 파리지엔느들은 거의 화장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얼굴색에 맞춰 자연스런 색상의 립스틱을 바르거나 눈동자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게 해주는 아이새도우를 하는 등 세심한 포인트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화장의 목적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데 있다. 짙은 화장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깍아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심우찬 진태옥파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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