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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도 모를거다…”/이종구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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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도 모를거다…”/이종구 정치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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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한 가운데 있는 국회의장의 의자를 보면 괜히 우습다. 등받침이 지나치게 높고 큰, 의자의 생김새 탓이다. 의장이 앉아있으면 머리가 의자중간쯤에 푹 파묻힌다. 머리가 병풍에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그 나름의 권위를 위해 의자를 그렇게 크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모양새는 우스꽝스럽다. 오히려 의자의 모습때문에 299명 국회의원의 대표, 의장의 「근엄한 권위」는 의자에 흡인돼 묻어나지 않는다.국회에서 모처럼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냈는데, 시민단체들은 그 합의내용이 「개악」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앞뒤가 안맞는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합의 내용을 잘 살피면, 그것들이 국민의 이익에는 아무런 상관없이 국회의원의 이익에만 전적으로 부합하는 내용 뿐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가 있다. 같은 특위에서 다루는 검경중립에 관한 법, 방송법 등은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대통령선거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 어디를 가도 그 얘기다. 다음 대선에 여당에서는 누가 나오고, DJ JP가 나오긴 나올 것 같은데 따로따로 나올 것이냐, 아니면 단일화 할 것이냐 하는 것 등이다. 「9마리 용」이라고도 하고 「일곱 난쟁이」라고도 불려지는 여당의 대선후보 주자중 누가 후보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만나는 친구마다 누가 될 것 같냐고 묻는다. 그럴때 대답은 간단하다. 『YS도 모를거다』이다. 진짜로, 김영삼 대통령 자신도 지금의 시점에서 신한국당의 차기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판단을 못하고 있을 터이다.

정치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것이 좋다는데, 한국인들은 유달리 정치에 관심이 높다. 미 하원의원 김창준씨한테 들은 얘기다. 미국에 이민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의 한가지 공통된 특징. 고국의 정치에 유달리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허구한날 YS가 어떻고, DJ JP가 어떻고 하는 얘기들을 한다. 그들에게 자신들이 살고있는 지역의 하원의원이나 시장이 누구냐고 물으면 막상 대답을 못한다. 지역의 하원의원 이름은 커녕, 동네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쏟지않으면서 수만리 떨어진 고국 정치상황은 왜 그렇게 빠삭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비생산적인 일을 양산한다. 대통령선거때마다 동원되는 군중 100여만명은 비생산성의 극치이다. 수억의 인구를 가진 나라들이 대선이나, 정권 향배를 가름할 총선을 할 때 기껏 몇백명에서 많아야 수만명을 동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특정한 이슈가 터지면 모두가 핏대를 곤두세우는 일도, 지역감정의 악순환도 따지고 보면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 탓이다.

정치는 으레 모든 분야에 우선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괜히 자신들이 힘도 있고 고매한 것으로 비쳐지려 노력한다. 그래선지 정치인들은 별로 하는 일 없고, 직장 한번 다닌적 없는데 먹고 살고 자녀들 교육시키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았다. 몇년전 공직자 재산등록때 놀랐다. 줄곧 야당에서만 정치를 한 사람들조차 몇억원대의 재산을 등록했다. 어디서 무엇을 해서 돈을 벌었을까.

있는 듯 없는 듯 우리집 근처에 있는, 우리생활에 스며있는 생활정치가 이상적인 정치일 수가 있다. 그러면 대통령에 누가 나오든 말든 크게 관심도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국회의장의 의자가 커도 그렇게 우습게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최소화 시키고 경제에 대한 관심은 최대화 시키는 「최소정치 최대경제」, 그것에 우리가 익숙해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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