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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남았지만 일단 호전/헌지커 석방 북­미 관계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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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남았지만 일단 호전/헌지커 석방 북­미 관계 개선될까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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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간첩혐의로 구속됐던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의 석방으로 북·미관계는 대화의 실마리를 다시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미 관계의 순항을 가로 막은 두가지 장애물인 잠수함 침투사건과 헌지커문제중 한가지를 해결한 셈이다.하지만 남은 한가지 문제인 잠수함 침투사건과 관련, 미국이 북한의 사과를 절대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도 우리 입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지커 석방을 중재한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민주당)이 『북한이 잠수함사건을 떨쳐버리고 국제사회에 다시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중단됐던 6·25 참전 실종미군유해 발굴작업을 내달 재개키로 했으며 내주중 뉴욕에서 양측이 실무자 접촉을 하기로 한 것등을 볼 때 북·미관계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관련,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대변인은 뉴욕의 양국외교접촉을 「정례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식 외교관계가 없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대화가 계속되고 실무차원의 대화채널이 이미 정례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이같은 접촉을 통해 핵을 비롯한 미사일문제 등을 협상하고 북한에 4자회담을 수용하도록 유도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북한에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러나 반드시 한국이 요구하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이 때로 사과라는 표현을 쓰지만 대부분 「제스처」라고만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과가 북한입장으로 볼 때 부담이 큰 의사표시라면 제스처는 부담의 정도가 완화할 수 있는 체면치레용 카드이다. 미국으로선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여의치 않으면 완화한 의사표시를 차선책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논란거리는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의사표시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차관보가 『수주내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이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발언도 북한의 의사표시를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입장에서 만족할 수가 없는 의사표시 카드를 미국에 제시할 때 발생한다. 북한이 잠수함사건이 실수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애매하게 「유감」을 표시할 때 미국이 한국에 이를 수용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북관계개선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2기 핵심과제로 설정한 만큼 한·미간의 조율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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