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 지금까지 보던 빌라가 아니다. 단지로 들어서면 광장이 나온다. 광장 중심에는 조그만 유리 피라미드가 있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가는 그 아래는 홀. 주민들이 연회장소로 쓸 수 있는 곳이다. 광장은 제법 넓어서 어린이들이 공차기도 할 수 있다.광장을 둘러싼 빌라 아홉 채 가운데 한 채를 골라 안으로 들어선다. 마당이 우선 반긴다. 3층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가면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자녀들 방으로 씀직한 넓은 공간인데 테라스가 밖으로 길게 붙어있다. 3층은 오붓한 부부의 방과 화장실, 밖에는 옥상정원이 있어서 흙냄새가 구수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에 건축가 김원씨(56)가 설계, 지난 달 완공한 빌라 모습이다.
아파트보다 화려하고 평수만 넓을 뿐 벽돌을 찍어내듯 똑같이 지어서 기껏해야 「졸부경쟁」을 부추기던 빌라가 인간미 있는 삶의 공간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음달 완공되는 분당구 구미동의 「프라임빌」은 집마다 모양이 다르다. 길을 따라 걸으면 8채의 단독주택을 보는 기분이다. 1층과 2, 3층 복층형으로 모두 16세대가 있는데 세대마다 설계가 다르다. 출입구도 세대마다 따로 있다. 1층형은 뜰을, 복층형은 돌출한 테라스와 궁륭형의 거실천정을 둔다는 설계의 기본개념만 같을 뿐이다.
집안으로 들어가보면 경치가 좋은 쪽은 창이 넓고 옆 집이 보이는 쪽은 창이 가려져있다. 설계자인 건축가 안명제씨(41)는 『집의 위치가 다르면 당연히 설계가 달라야 한다』고 설명한다.
분당구 분당동에 건축가 윤승중씨(59)가 지은 빌라 6채는 저마다 뒷뜰을 갖고 있다.
새로운 빌라가 태동한 것은 93년, 한국토지공사가 분당구 분당동에 건축가 20명에게 한 개씩 신개념의 빌라건축을 의뢰하면서부터이다. 이 가운데 세 개가 지난달에 완공되었을 만큼 새로운 빌라는 걸음마 단계이다.
새로운 빌라가 빨리 확산되지 않는 것은 건축비용 때문. 평면이 아닌 입체형으로 짓느라 공사비만 15%는 더 들며 똑같이 지을 때보다 공사기간도 3분의 1은 더 걸린다. 대지도 훨씬 많이 필요하다.
다만 이같은 집은 모두 50∼90평 사이여서 서민들과는 거리가 있다.
김원씨는 『건축가들은 사람을 사회와 자연스레 연결해주는 인간미있는 주택을 짓고 싶어 하지만 아파트와 빌라 건설이 「싸게 빨리 지어 비싸게 공급한다」는 시장논리에 지배되어 기회가 없었다. 외국은 정부 주도로 서민형 주택의 설계를 건축가에게 의뢰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일을 해야 할 주택공사조차 시장논리에 지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한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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