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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문(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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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문(지평선)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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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1호인 남대문과 보물 제1호 동대문이 제 이름을 되찾아 반갑다. 옛 총독부 청사를 헐어 경복궁의 제모습을 되찾은 일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욱 아끼고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1934년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 재평가작업을 해온 문체부는 남대문은 숭례문, 동대문은 흥인지문이란 원래이름대로 부르기로 했다. 이 결정이 특히 반가운 것은 우리 선인들이 성문의 이름을 붙인 연유와 정신을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의 태조 이성계는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1394년 도성과 궁궐을 지으면서 4대문 이름에 인의예지라는 건국이념을 담았다. 조선건국의 1등공신 정도전 등이 편찬한 <조선경국전> 에 따르면 흥인지문의 「인」과 일제때 헐린 돈의문(서대문)의 「의」, 숭례문의 「예」, 북문역할을 한 홍지문의 「지」를 합쳐 4대문 이름이 성리학의 핵심이념인 인의예지를 표현했다. 방위상의 북문은 삼청동 터널 위쪽에 복원된 숙정문이었으나 「북문을 열어놓으면 장안 부녀자들의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이를 걸어잠그고 대신 홍지문을 만들어 사실상의 북문으로 사용했다.

4대문 이름에 보신각의 「신」을 합치면 인의예지신이란 오상정신이 드러난다. 혜화문같은 보조기능의 작은 문과 광화문 돈화문같은 궁궐문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화」는 교민화속, 즉 백성을 가르쳐 풍속을 순화하겠다는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성문과 궐문이름 하나 짓기를 헛되이 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이런 철학과 이념이 살아 숨쉬는 문들을 헐고 이름마저 바꾼 부끄러운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나라를 빼앗겼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이제 그만하면 됐다. 이제라도 남은 것을 잘 보존하고, 문 이름에 담긴 정신과 뜻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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