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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겁나는 러시아 난폭운전/이진희(특파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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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겁나는 러시아 난폭운전/이진희(특파원 수첩)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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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있는 외국인들은 자동차 운전을 꺼린다. 눈이 내리거나 사람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지는 하오 4시 이후는 더욱 그렇다. 과거 300달러(24만원)에 불과하던 러시아인 운전사의 월급이 최근 500∼600달러로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쉽게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이유는 여러가지다.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를 몰다보면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당황하기 일쑤다. 도로 곳곳에 패어 있는 크고 작은 웅덩이와 10㎝가량 돌출해 있는 하수구 뚜껑들이 가장 위험한 복병이다. 주행도중 이를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타이어가 펑크나기 십상이다.

한 주재원은 최근 『하수구 뚜껑을 못보고 지나치다 펑크는 물론이고 타이어 디스크 자체가 망가지는 바람에 이를 구하느라 족히 한달은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올들어 모스크바시 당국이 내년의 모스크바 건설 850주년 기념식을 대비, 주요 간선도로를 새로 보수했지만 여전히 20∼30년전에 포장됐음직한 도로가 태반이다.

도로표지판을 찾아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아무리 숙련된 운전사라도 모스크바에서는 「나침반없는 항해사」가 되기 십상이다. 외국차량들은 도난당할 가능성도 많아 낯선 곳에 주차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한다.

차량들의 과속질주 및 곡예운전도 위험천만이다. 빵 한조각을 사기 위해 긴줄을 묵묵히 기다렸던 러시아의 보통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성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 서방기자는 『70여년간 공산체제에 억눌려 온 한을 풀다보니 자연스럽게 「도로의 무법자」로 변한 것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운 나쁘게 접촉사고라도 나는 날이면 곤혹스러운 측은 외국인이다. 큰소리로 떠벌이는 강한 억양의 러시아어를 알아듣기가 쉽지않고 가이(교통경찰)도 자국민 편을 들기 때문이다. 설사 외국인 차량의 과실이 전무하다 할지라도 굴러다니는게 신기한 15∼20년된 러시아 자동차 「지굴리」의 운전사에게서는 변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간선도로에 깔려 있는 가이는 외국인 운전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복잡한 과태료 납부체계에다 벌금을 내는데 따르는 불편함 등을 감안해 외국인들은 가이에게 잡히면 무조건 뒷돈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인의 운전습관도 깊이 반성해야 할 정도로 난폭하지만, 러시아인은 난폭성에서 한 수 위다. 몇년 전 미성조지는 주한미군들에게 「한국에서 운전을 하려면 눈이 4개는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교통문화를 꼬집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지금 모스크바에 온다면 어떤 식으로 교통기사를 쓸 것인지 궁금해진다.<모스크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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