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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이 좋아”/감원한파속 취업전선에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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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이 좋아”/감원한파속 취업전선에 새바람

입력
1996.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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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정부투자기관 수십대 1 경쟁위축된 경기가 취업전선에 「안정된 직장선호」라는 새 바람을 몰고 왔다.

경제 전반에 불어닥친 경기침체로 취업문이 줄어들고 특히 민간기업체에 감원·조기퇴직 등의 냉기류가 흐르자 상대적으로 지위가 안정적인 정부투자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의 취업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또 사무직에 비해 자기영역이 확실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전문직 선호도 꾸준히 이어져 올 취업시장에서는 안정직이 최고 인기직종으로 부상했다.

최근 신입사원을 모집한 은행 정부투자기관들은 입사경쟁률이 유례에 없이 치솟았다. 안정직을 선호하는 취업준비생이 대거 몰린데다 정부의 인원동결방침에 따라 하반기 공채규모를 축소·동결하거나 아예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는 정부투자기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합격자가 발표된 한국은행 공채에는 33명 선발에 1,317명이 응시, 50년 공채시행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2일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 원서접수를 마감한 대한무역진흥공사도 30명 모집에 무려 1,700여명이 원서를 제출해 5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24일 원서를 마감한 농어촌진흥공사도 모집정원 150∼200명에 4,6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지원자들의 학벌도 하위직급이더라도 대졸이상이 대부분이며 서울대 연고대 등 이른바 일류대 출신과 석·박사 등 고학력자의 지원이 두드러진 것 역시 새로운 현상이다.

금융기관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초임 호봉이 높은데다 수입과 지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대부분의 은행이 신문 등에 모집광고를 내지 않고, 대학장 추천을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했는데도 5대 1 가량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기침체로 인한 영향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적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사실 금융시장 개방 등을 앞두고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무직에 비해 조기퇴직바람을 덜 타고, 해고될 경우에도 자기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는 전문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역사 컴퓨터프로그래머 외환딜러 건축설계사 방송PD 등 시작하기는 어려워도 꾸준히 캐리어를 쌓을 수 있는 전문직종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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