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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바보들/박승평 수석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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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바보들/박승평 수석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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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만 양산해 낸 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중 하나라고 지적한 글을 최근에 읽었다. 명문 사학의 총장을 지낸 그 인사는 우리 종교 및 교육계가 착한 사람을 키우는 대신 똑똑한 사람 만들기에만 잘못 매달렸다는 요지의 논지를 폈던 것이다.필자라고 그 뜻을 이해 못할바 아니다. 하지만 바로 눈앞의 우리 현실은 똑똑하기는 커녕 어처구니 없는 바보들만 만들어 내는건 아닌지 하는 의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게 만든다.

그런 의념을 들게 만든 첫번째 및 두번째 본보기들이 모두 투철한 국가관과 명예의 화신이어야 할 별넷을 달았던 두 국방이라는 사실은 자못 비극적이다. 전임은 군납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나고 뇌물을 챙긴 것도 모자라 운전병을 시켜 거짓증언을 시킴으로써 스스로 두번 죽는 저돌성과 치매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것이다.

그 후임에 의한 잠수함 공비소탕작전 문책해프닝도 낯뜨거운 일이었다. 결국은 누가 누구를 문책하겠다고 나섰던 것인지 스스로도 아마 어리둥절해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시중에서 유행한다는 우스갯소리 농담이 생각난다. 세살짜리들끼리 모이면 『우리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잖느냐』고 큰 소리를 친다는 것이다.

야망과 성공의 대명사로 과거 인기 TV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어느 정치인의 비극도 아울러 생각난다. 「정치1번지」에서 현역을 물리치고 국회의원 되기가 지난함을 누구인들 모르겠는가. 그래서 처음 선거비 초과폭로가 터졌을 때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는 생각들도 없지 않았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 깨끗이 시인과 자책의 결의를 밝혔으면 정치적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만 폭로자 회유극에 휘말렸다니 결과적으로 그 무슨 바보스러움 인가.

시내버스적자 조작사건에 이르면 개인뿐 아니라 자치 행정조직운용의 바보스러움이 극치의 경지에 이른다. 한국판 「포청천」 시정에서의 여전한 뇌물비리도 문제이려니와 나라의 경제총수를 역임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핵심문제중 하나인 버스문제에 대한 경영진단 하나 제대로 못해낼 정도라면 예사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기야 과기처장관을 지낸 한 정치인이 낸 베스트셀러에 「IQ150의 바보」라는게 있다. 무수한 역정을 거쳐 한 분야와 사회에 우뚝 선 「똑똑한 사람」들이 IQ에 걸맞은 지혜나 분별력은 고사하고 제 발등만 찍어 두번 죽는 어리석음을 거듭할 때 그야말로 바보스럽다는 한탄이 안나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런 똑똑이 바보들을 양산해 내는 현실이야말로 바로 우리 사회의 위기를 표상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바보증후군이 문제인 것은 그 해악이 너무도 엄청나다는데 있다.

사실 바보라고 다 나쁜건 아니다. 운보의 「바보산수」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쯤 되면 그 순수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높은 예술적 경지와 진한 휴머니즘의 여운마저 안겨준다.

그런 순수한 바보와 다른 오늘의 바보들은 세속적 영악함으로 비록 출세길을 달려 왔다지만 결국은 형편없는 바보짓으로 스스로를 망치고 사회와 나라를 어지럽히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토크빌은 일찍이 「민주시대란 실험과 혁신과 모험의 시대」라고 저술했었다. 미국역사학자 슐레진저도 최근의 맥빠진 미 정가에 「새로운 도전에 새로운 처방으로 대처하고자 했던 루스벨트의 실험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라고 권고한 바 있었다.

민주주의란게 원래 현실을 좇은 차선의 선택인 것이고, 물신이 날뛰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부정·부패가 완전 근절될 수는 없는 이치이기에 절망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쳐 나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사회와 시대를 이끄는 지혜로움과 경륜이 역동하고 있어야만 그같은 개혁·개선도 가능할텐데 「바보」들의 행진이 그 기운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이 넘쳐난다면서도 반대로 우행이 극성을 떨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할 장치들을 마련하는게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각종 인사검증제도 마련과 함께 조직의 자율화·전문화, 그리고 개인적 부정과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내부고발 시스템도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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