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학생에 대한 체벌을 일체 금지시킨다는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의 개혁방안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본다.무엇보다도 큰 의미는 학생체벌이 갖는 교육적 효과에 대한 양극단적이고도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다. 또 비인격적인 교육수단의 하나인 체벌을 교육현장에서 추방한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서 체벌은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다. 현실적으로도 교육현장에서는 아직 유용한 교육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교육관 조사에서 체벌을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가 적지도 않다. 우리는 교사가 되는 것을 「교편을 잡는다」고 말할 정도다. 교편이 무엇인가. 가르칠 때 교사가 가지는 회초리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매를 「교육의 매」 또는 「사랑의 매」로 폭넓게 용인하던 보수적인 교육풍토가 90년대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학생 체벌을 둘러싼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고 체벌교사가 패소한 사례도 많다. 교사의 징계권에 관대했던 법원도 최근에는 교사의 체벌 한계를 엄하게 따지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기에 이른 것이다.
교육학자나 심리학자들의 체벌무용론 제기는 오래전부터다. 체벌은 학생들에게 폭력이 문제해결책이라는 나쁜 믿음을 심어줄 뿐이라는 것이다.
교개위의 체벌금지방안이 이러한 시대적·사회적 변화추세를 수용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체벌을 일선 교육현장에서 단시일안에 일소한다는 것은 말대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초교교사의 경우 84%가 체벌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체벌의 교육적 의존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체벌 대신에 교육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체교육수단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가정교육이 전무하다시피하고 자녀에 대한 과보호로 아이들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서 규율과 질서를 어기고 남의 공부분위기마저 해치는 행위를 자행할 때 교사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매대신 청소를 시키든, 집에 가는 시간을 늦추게 하든 체벌에 대신할 어떤 형태의 제재수단을 마련해 줘야 한다. 체벌금지가 교육의 포기나 방종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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