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즉각비난 여 주자도 못마땅신한국당 이회창 상임고문의 춘천발언이 당내외에 파문을 낳고있다. 당내 대권주자들은 물론 야당측은 28일 이고문의 발언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고문의 발언이 그동안 잠복됐던 대권경쟁에 강력한 인화성을 지닌 불씨를 던진 형국이다.
이고문은 지난 27일 강원대 초청특강에서 『더러운 정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비방과 인신공격을 거친 뒤에야 정치적으로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착적인 사고』라며 전례없이 강하게 정치권의 구태를 비판했다. 그는 또 『서로 헐뜯고 비난하고 욕하는 낡은 정치가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정직하지 않은 것이 정치인의 당연한 덕목으로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 과거의 정치풍토』라고 「과거정치경륜」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고문측은 『오래전부터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 이고문을 음해하고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흘려온 국민회의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구정치인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양수겸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당내 다른 대권주자들이 이고문의 발언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의 대권경쟁을 벌일 태세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은 그를 드러내 놓고 비난하지는 않지만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고문의 발언이 그동안 자신을 「정치신인」으로 폄하해온 다른 대권주자들에 대해 노골적인 반격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함께 『이고문의 발언이 포괄적으로 과거의 정치적 경륜전체를 부정한다는 것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이고문과 기성정치권 전체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당내 민주계인사들은 『현재는 과거독재와 싸워왔던 과정이 축적돼 만들어진 것이고 미래는 그 바탕위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서 『이고문이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면 그의 존재가치부터 검증해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여권의 대권경쟁양상을 암시하는 대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그동안 여권핵심부의 자제당부와 정국상황을 감안해 대권논의와 분란을 야기할만한 행동을 자제해왔던 민주계가 영입파에 대한 정면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고문의 발언은 그 진의여부를 떠나 한동안 잠잠하던 당내 대권경쟁에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고문은 당내외로부터 협공을 받는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그의 발언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홍희곤 기자>홍희곤>
◎야당 반응/5·6공 경력 시비… “김심 앞에 고개숙인 남자” 비판
신한국당 이회창 고문의 「더러운 정쟁」 발언이 야권에게 공격빌미를 안겨 주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내년 대선에서 가장 상대하기 버거운 여당후보로 꼽고있는 이고문의 독설에 대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28일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최근 네거티브전략 홍보물에서 이고문을 「기회주의의 전형」으로 격하했던 국민회의는 그의 과거경력까지 거론하며 반박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더러운 정쟁이 5, 6공을 지칭하는 것인지, 여야 정치권을 모두 지칭하는 것인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만일 과거에 생명을 걸고 민주화투쟁을 했던 야당인사들에 대한 모독이라면 유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정대변인은 『이고문은 80년 신군부와 협력하여 대법관이 되었고 6공출범 초기에도 적극참여하여 민화위위원에 발탁되었으며 그것을 발판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는 등 군사정권하에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라며 이고문의 경력에 시비를 걸었다.
그는 또 『낡은 정치로부터 고결성을 주장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낙점을 기다리며 엎드리는 것은 비겁하다』며 『김심에 따라 여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상황에 복종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자민련 이규양 부대변인도 『이고문마저 어느새 김심앞에 고개숙인 남자가 되어 버렸는가』라고 반문한뒤 『사법부에서 국민을 심판하던 이회창 대법관이 이제 국민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정치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못한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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