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 아녀자에 뺨맞다?/민선정부 해임명령 불응하다 ‘백기’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대(BSA) 총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52)가 27일 마침내 사임했다. 그는 빌야나 플라브시치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대통령(여)으로부터 3주전 해임명령을 받고도 불응해오다 이날 자신의 권한을 부관에게 이양한다는 각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의 휘하 장군 수십명도 해임된 상태다.
장군이 아녀자에게 뺨을 맞은 것에 비유되는 이번 사임은 그가 세르비아계 민선정부와의 주도권 다툼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스니아 내전이 이미 완전 종식돼 정치적 「용도」가 점차 줄어드는데다 전범을 공직에 놓아두어서는 안된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압력을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내전 당시 무수한 양민의 학살을 지시, 「보스니아의 인간백정」이라는 악명을 얻은 그는 이미 인종청소와 반인륜범죄 혐의로 유엔 전범재판소에 기소돼 있다. 국제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그의 악명은 95년 7월 세르비아계군이 유엔이 회교도들을 위해 설정한 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시를 점령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세르비아계군은 회교도 민간인 남자 8,000명을 불과 4일만에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는 『회교도의 씨를 말린다』며 집단강간을 「무기」로 사용했다. 그는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을 막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인질로 잡아 인간방패로 쓰는 기발한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믈라디치는 아직도 대다수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는 전쟁영웅이다. 그는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빨치산의 아들로 태어나 65년 유고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야전지휘관을 두루 거쳤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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