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MBC 일요가족극장 ‘간이역’(TV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MBC 일요가족극장 ‘간이역’(TV읽기)

입력
1996.11.29 00:00
0 0

◎가족… 사랑…/작지만 소중한 삶의 모습을 본다간이역. 잘난 사람은 내리지도, 잘난 사람들을 태운 기차는 서지도 않는다. 도시로 이어주는 완행열차가 잠시 멈추면 보잘 것 없는 인생들이 희망을 찾아 떠나거나, 기차로 돌아온 사람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에게는 가난과 소외, 삶의 고단함이 늘 드리워져 있고 그 무게는 나이 오십에 춘천 신남역 부역장이 된 홀아비 최승돈(박인환)이 고장난 철로를 수리하기 위해 힘겹게 들어 올리는 철근 만큼이나 무겁다. 그러나 언제나 빼앗기면서 사는 듯한 그들이라고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없으랴.

MBC 일요가족극장 「간이역」(극본 최완규, 연출 정세호)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마음이라고 속삭인다. 다양한 가치관이 부딪치고 세대간의 갈등으로 최승돈의 가족과 그 이웃은 부산하고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사랑」이란 치료약이 기다린다.

아나운서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인 둘째딸 계순(전도연). 그는 플랫폼에서 안전 깃발을 흔들며 평생을 보내는 최승돈의 「소박한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시험에 낙방하고 내려온 딸을 문밖에 서성이며 기다린다.

우상대(송기윤)는 몰래 악기연주를 해주고 받은 돈으로 반지를 사놓고, 카셋트에 아내 사랑의 마음을 녹음해 놓아 트럭야채장사를 하는 아내를 울린다. 혼자 사는 강릉식당의 주인 유선애(윤여정)는 추운 겨울 새벽 국밥 한그릇 먹여준 인연으로 아들이 된 고아의 군 입대를 지켜보며 눈물짓는다. 이렇듯 「간이역」은 간이역 만큼이나 작은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간이역」은 세련된 드라마가 아니다. 요란스럽거나 수다스럽지 않고 오히려 단조롭다. 이악스런 감정이 상대를, 나아가 시청자를 할퀴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을 열고 따스한 시선으로 돌아본 별스럽지 않은 이웃들의 냄새. 우리가 드라마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지 알고 있는 듯하다.<이대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