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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이 있는 나라/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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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이 있는 나라/마리즈 부르뎅(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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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새로 생긴 칼럼 「한국에 살면서」의 필진이 돼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기꺼이 응했다. 우선 글쓰기는 내게 늘 깊은 기쁨을 준다. 또 신문에 글을 쓰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며, 내가 한국에 와서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땅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10년전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외국인이 많지 않은 데 놀랐다. 그 사이 한국은 엄청나게 변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라는 구호대로 외국인이 많아졌고 한국인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은자의 나라(Hermit Kingdom)」시대가 끝난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 등에 외국인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변화 중의 하나다. 그런데 『외국인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내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대표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나처럼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영자신문의 「오피니언」란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서울의 교통지옥」 「여성의 지위」 「보신탕」 등 비슷비슷한 주제를 선택해 비판만 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이처럼 모두 한국사회의 풍속과 문화를 싫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한국을 비판할 자격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프랑스인으로서 한국에 살며 느낀 몇가지 점에 대해 말하고 싶다. 몇해 전 서울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동안 나는 한국인 친구들과 프랑스 풍속과 그 사회의 좋은 점, 나쁜 점에 관해 대화하면서 프랑스라는 나라를 재발견할 만큼 많은 것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귀중한 지식을 얻었다.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은 외국의 영향에서 자기를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요즘은 반대로 허비한 시간을 벌충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국경을 넘어 세계를 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알고 있다. 한국사회의 또 다른 행운은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한다는 점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에서는 자신의 사회와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자유롭게 비판하도록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것도 이런 자기성찰의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나 좋은 점도 있고 고칠 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과 같이 앞서가고 싶어 하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나라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보고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인의 자세가 그런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번역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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