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싱크(Lip Sync)는 사기다.가수와 방송국이 합작하는 분명한 사기행위다. 방송이 자료화면을 쓸 때는 자료화면이라고 자막에 밝힌다. 그렇지만 립 싱크는 립싱크중이라고 밝히지도 않는다. 립 싱크는 말하자면 「자료음악」인 셈이다.
녹음을 틀어놓고 무대에서 가수가 입만 벙긋벙긋하는 립 싱크는 이른바 댄스뮤직 때문에 시작됐다. 방송국은 가수들이 춤을 좀 더 잘 출 수 있도록, 좀 더 현란한 동작으로 10대 팬들을 끌 수 있도록 립싱크를 허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조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대는 댄스의 경연장일 뿐, 더 이상 노래의 경연장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댄스 가수들은 컴퓨터 녹음기술을 응용해 완벽하게 음반만 출시해 놓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노래 실력을 검증받지 않아도 된다.
댄스음악의 지나친 열풍이 식지 않고 실력없는 가수들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립 싱크인 것이다. 물론 「립 싱크 장르」를 들어 반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립 싱크는 음악과 춤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즐겁게 해주는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립 싱크는 뭐라 해도 분명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며 공정한 게임의 룰을 어긴 불공정행위다.
가수들의 립 싱크를 바라보며 우리는 거대한 「립 싱크 사회」, 「립 싱크 문화」에 젖어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겉포장만 그럴싸하게 해놓고 내용은 없는, 즉 포장이 본질에 앞서는 한탕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생각나는대로 열거해 본다. 실속보다 광고, 감동보다 자극, 창작보다 표절, 마음보다 외모, 사랑보다 쾌락, 노력보다 뇌물, 진실보다 립 서비스, 원전보다 아류, 개성보다 유행, 실력보다 인기를 중시하고 영합하는 세태가 아닐까.
립 싱크 사회는 썩은 사회이고, 립 싱크 문화는 죽은 문화이다.
립 싱크만 하다보면 라이브는 못한다. 립 싱크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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