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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더 웨이브’/웃음과 눈물이 있는 사랑(영화읽기)

입력
199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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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자된 남편 소재로 한 덴마크 트리에 감독의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아주 가까운, 그러나 이제는 다시 못 볼 친구의 「사랑의 사진첩」을 넘기듯 슬프지만 미소짓게 하는 영화. 「브레이킹 더 웨이브」(12월7일 개봉).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그랑프리)을 받은 작품이다. 「유로파」로 알려진 덴마크의 천재 라스 폰 트리에 감독(40)이 온갖 시각적 실험을 버리고 가슴으로 빚어냈다.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의 여자 베스(에밀리 왓슨)가 노동자인 얀(스텔란 스카스가드)과 사랑해 결혼하고, 성에 대한 기쁨을 알아가고, 그러다 남편을 바다(석유시추선)에 보내면서 그리워 하고, 사고로 불구가 된 남편의 불행에 눈물짓다 죽는다.

간단한 얘기지만 열정과 아름다움, 인간다움이 넘쳐난다. 그것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베스의 존재 때문이다.

언제나 신과 함께 있다고 믿는 베스. 그는 감정의 문을 열고, 신과의 대화 형식으로 표현하고 신의 목소리를 흉내내 가르침을 받는다. 그 감정의 「열린 공간」으로 사람들은 들어가고, 감독은 베스를 만들어진 인물이 아닌 현실로 걸어 나오게 한다.

○독특한 촬영과 형식

다큐적인 카메라 스타일 속에서 영화와 베스는 리얼리즘을 얻는다.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은 화면은 불안정하게 떨리지만 진실성과 친밀성을 드러내 준다. 그 앞에서는 배우들도 자유롭다. 굳이 편집을 하지 않았다. 풍경과 풍경, 등장인물을 찾아가는 이동공간까지 담아내는 카메라는 곧 인간의 눈이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2시간40분을 단편소설처럼, 연극처럼, 프롤로그인 「그녀의 이름은 베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얀」에서 에필로그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까지 모두 9장으로 나눴다. 시간은 이어지지만 장마다 새로운 감정들이 밀려온다.

○신인 에밀리 왓슨

영국 출신의 신인배우 에밀리 왓슨은 빼어나게 예쁘지 않다. 큰 매력도 없어 보인다.그러나 폭넓은 감정을 담은 얼굴표정 연기를 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신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얀의 회복을 위해 억지 바람피기에 나설 때 그는 웃음과 눈물을 함께 줄 줄도 안다. 이따금 카메라를 쳐다보며 수줍어 하는 모습은 다큐멘터리 주인공 같다.

○70년대 노래들

각 장을 넘길 때마다 시작을 알리는 음악들. 엘튼 존의 「Funeral For A Friend」 「Goodbye Yellow Brick Road」, 페이튼 리 잭슨의 「In A Broken Dream」, 딥 퍼플의 「Child In Time」, 레오나드 코헨의 「Suzanne」, 프로콜 하룸의 「A White Shade Of Pale」 등 모두 13곡이다.

천국같은 자연풍경과 어우러진 이 서정적인 발라드와 강렬한 록음악은 70년대의 추억들이다.

◇정성일(영화평론가·키노편집장)­창자를 뒤틀게 만드는 멜로드라마. 괴담. 조심할 것. 놀랄만큼 독창적.(★★★★)

◇장석용(영화평론가)­청정지역, 그곳에서 놀고 싶다.(★★★★)

◇코아모니터회­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묘사한 수작.(★★★★)

★★★★는 수작, ★는 졸작<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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