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경유 등유 전기 등 각종 에너지가격이 「선진국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소비절약과 무역수지적자균형을 유도하기 위해 일본 유럽 등 비산유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그 일환으로 올연말에 에너지가격을 10%가량 올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왜 에너지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는가. 경제가 아주 어렵고 물가는 불안한데…. 적지 않은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논리는 간단하다. 에너지가격이 너무 싼 결과 국민들이 에너지를 헤프게 쓰고 있으니 세금을 무겁게 매겨서라도 에너지가격을 올려 소비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과 단순비교할 때 우리의 에너지가격이 싼 것은 사실이다. 휘발유의 경우 우리나라의 소비자가격은 ℓ당 730원, 일본은 775원, 프랑스는 991원이다. 그러나 1인당국민소득(GNP)이 한국은 1만달러에 불과하고 선진국은 3만∼4만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 휘발유의 상대적 가격이 결코 싼게 아니다.
정부당국자들은 공공요금을 올릴 때 선진국의 예를 아전인수식으로 원용하는 버릇이 있다. 교육부가 몇년전 대학등록금인상을 허용하면서 미국의 예를 든 것은 아전인수의 극치다. 대학등록금이 무료나 다름없는 독일은 아예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선진국의 예를 들어 공공요금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방법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자칫 자승자박의 모순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근로자가 임금을, 의사가 의료보험수가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하면 정부는 어떤 논리로 대응할 것인가. 또 「선진국 수준」이 정책추진의 목표라면 선진국의 2∼3배 수준인 금리와 땅값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우여곡절 끝에 선진국들의 친목단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26일에는 국회의 비준절차도 마쳤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에너지가격 인상추진이 OECD의 가입의 첫 선물이 될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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