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의 기구한 여정 따뜻한 눈길로 그려내무속인들의 험한 삶과 신비스러움은 우리 문학의 운명적 화두이다. 무속인이 매스컴의 도움을 받아 대중적인 스타가 되고, 그들에 대한 터부의 벽이 점차 무너지면서 무속신앙이라는 문학적 소재가 더욱 빈번히 다루어질 듯하다.
중견소설가 정소성씨가 펴낸 장편소설 「운명」(벽서정간)은 박수(남자무당)의 딸로 태어나 온몸으로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다 결국 무당이 되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화자는 독신교수. 그는 이상스런 춤을 추며, 비정상적인 남자관계를 갖고 있는 화란이라는 여학생을 주목하게 된다. 박수의 딸인 화란은 운명을 떨치고 서구화한 사회로 완전히 끼어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화란은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포함해 세차례나 결혼하는 등 비극적인 역정을 밟게되고 결국 수년간의 신병을 앓고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되면서 생애 첫 안정을 찾게된다.
작가가 무속을 바라보는 눈은 호기심이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따뜻하다. 무속은 미신이나 잡종교가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민족 고유의 전통신앙이라는 주장을 펼쳐보인다.<권오현 기자>권오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