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대사 아그레망 철회/스페인,쿠바대사 추방 시사쿠바가 이미 제정받은 신임 스페인대사의 아그레망(신임장)을 26일 돌연 철회한데 이어 스페인 외무장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27일 스페인주재 쿠바대사의 추방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양국관계가 외교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12월초 부임할 예정이던 호세 코데르치 스페인대사가 보수계 스페인 일간지 ABC와의 회견에서 『반카스트로 야당세력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 『쿠바인들은 독립 100주년이 되는 98년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운운한 발언 때문이었다. 쿠바 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아그레망 철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뿌리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총리 정부의 쿠바정책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페인은 지난 13년동안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쿠바와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으나 5월 아스나르의 우파정부가 출범한 뒤 반카스트로 노선으로 선회,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아스나르는 쿠바에 대해 공식원조를 잠정 중단하고 민주적 개방을 요구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쿠바에 대해 다원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한편 인권을 존중하고 정치적 숙청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채택토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이달초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의때 아스나르가 카스트로의 속을 뒤집어 놓는 발언을 한 것도 양국의 관계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지적이다. 당시 아스나르는 카스트로에게 『나는 쿠바국민들에게는 감정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네 정권에는 감정이 많아요』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카스트로는 이를 받아 『우리나라의 운명이 장기판처럼 당신의 훈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누구에게도 무릎꿇지 않고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는다』고 열변조로 반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르데치 대사의 인터뷰기사가 나오자 보복수단으로 신임장을 철회키로 했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스페인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남미와 유럽의 연결고리로서의 스페인의 역할과 경제적 이익에 악영향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두 나라는 무역액만도 95년도 기준으로 4억달러이다. 특히 쿠바의 호텔건설 등 관광업 담배산업 등에 진출하고 있는 스페인 기업들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향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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