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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에이즈의 날… 실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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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에이즈의 날… 실태·치료

입력
1996.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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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백분해효소 억제제 항바이러스 효과 탁월/2∼3개 약제 병행땐 바이러스 크게 감소12월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9회 「세계 에이즈의 날」. 유엔의 에이즈 퇴치 운동기구인 「유엔AIDS」는 에이즈가 81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580만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고, 감염자는 2,79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2,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에이즈 실태와 치료제 개발현황, 예방요령 등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에이즈가 지구상에 알려진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에이즈의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95년에만 하루 1만명꼴인 320만명의 감염자가 새로 발생했다. 현재 감염자의 94%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한 대륙에 살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시아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초창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로 동성애나 마약주사를 통해 감염됐으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70%이상이 이성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고 있다. 여성의 감염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에따라 임신과 분만을 전후해 아기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수직감염」도 증가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지역 및 나라에 따라 다르며, 확산속도도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태국 북부지역에서 유행하는 E아형은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방콕의 마약중독자에서 발견되는 B아형은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 B아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에이즈가 퍼지는 속도는 바이러스의 종류보다도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행태, 성에 관한 사회·문화·종교적 규범 등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핵심집단(윤락여성 등)의 규모, 콘돔사용 및 보통 사람과의 접촉빈도 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최근 에이즈 연구성과는 눈부시다. 그 중 하나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사람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을 규명해낸 것이다. 당장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예방 및 치료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감염 후 오랫동안 증상이 없는 「임상적 잠복기」에도 매일 수억 내지 수십억개의 림프구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전투과정에서 없어지거나 새로 보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올해들어 새로운 치료제의 임상실험이 고무적인 결과를 나타내 환자와 의료계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종래의 AZT ddI ddC 3TC d4T 등 억제제들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능력이 약할 뿐아니라 약제에 대한 내성이 빨리 생겨 치료효과가 줄어드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나온 단백분해효소 억제제들은 탁월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어 종래 약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에이즈 바이러스를 100분1이하로 감소시키며, 1년이상 효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이것만으로 에이즈의 완치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에이즈가 매우 진행된 환자에게도 효과가 크며, 일찍부터 2∼3가지 약제를 병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최강원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과장>

◎예방백신 있나/에이즈바이러스 변신의 천재/백신개발 현재로선 비관적

에이즈는 HIV라는 바이러스(이하 에이즈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다. 몸속에 들어온 에이즈 바이러스는 림프구라는 특정세포를 공격, 세포의 기능과 역할을 마비시킨다.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면역체계의 총지휘자격인 림프구가 사멸되면 모든 질병에 무방비상태가 된다. 즉 에이즈 환자는 건강인이라면 면역체계가 알아서 해결해 주는 곰팡이, 기생충, 결핵 등 세균병, 헤르페스 등 바이러스, 양성종양 등에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것이다.

사람은 에이즈의 피해자이자 에이즈 바이러스를 남에게 옮겨주는 유일한 전파자이다. 바이러스병에 치료약이란 없다. 사람들이 본인의 행위를 바꾸지 않으면서 바이러스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에는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있다. 천연두 소아마비 홍역 볼거리 일본뇌염 등이 백신개발로 질병을 통제한 예들이다. 사람들은 백신과 같은 적극적인 방어수단에만 의존하려 하고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본인의 행위를 바꾸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신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바이러스병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불행히도 에이즈의 백신개발은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백신만으로 바이러스를 인류사회에서 몰아낸 경우는 천연두가 유일하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에이즈 바이러스보다 수백배나 크고 변신을 하지 않는 고지식한 바이러스다. 즉 우리 몸에 침입하면 체내 방어체계에 잡혀서 면역원이라는 범죄자로 전과기록을 남기며, 일단 전과자로 등록된 바이러스는 변장을 하지 않는 한 재침입이 불가능하다. 반면 에이즈 바이러스는 변신의 천재이다. 독감 바이러스만큼 다양하게 변신한다. 그만큼 백신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에이즈가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한지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만이 해결책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 보니 백신개발 연구는 뒷전으로 처져 있다. 현재 20여종이 넘는 백신이 개발돼 이중 몇가지는 임상 예비실험에 들어가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바이러스를 원료로 한 백신이 개발도상국의 에이즈를 막아줄 것 같지는 않다. 자기나라에서 변종으로 터를 잡은 바이러스를 원료로 연구해야만 실효성있는 백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한국형 에이즈를 연구하는 기관도, 이를 지원하고 권장하는 정부정책도 없는게 현실이다.<이원영 연세대 의대 교수·미생물학>

◎HIV감염 예방 하려면/건전한 성생활이 최선/음식물·타액으론 전염안돼

현재 에이즈는 한 번 걸리면 죽을 수 밖에 없는 불치병이므로 원인바이러스인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수는 6월말 현재 570명이다.

이중 46명의 환자가 사망하고, 90명의 감염자가 교통사고 자살 등으로 숨졌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수는 이 보다 훨씬 많은 2,000명쯤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국내의 에이즈감염은 주로 성접촉에 의해 이뤄진다. 감염경로가 알려진 540명은 성접촉 93%, 수혈 4%, 혈액제제 3% 등으로 나타났다. 성접촉에 의한 전염은 동성간 접촉 22%, 국내 이성간 접촉 38%, 국외 이성간 접촉 40%이나 갈수록 국내 이성간 전염이 늘고 있다.

초기에는 수입전염병이었으나 이제는 토착화해 내국인끼리 주고받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HIV는 유난히 변이가 심해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임질이나 매독 등 성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에이즈는 본인이 전염기회를 적극적으로 피하기만 하면 절대 안전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HIV는 혈액매개성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오염된 혈액이나 정액을 통해 전파될 뿐 음식물이나 타액, 일상적인 신체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수혈을 하거나 혈액제제를 이용할 때는 안전이 보장되는 가족, 동료들의 혈액을 빌려 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김정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에이즈연맹회장>

◎국내관리대책/감염자들 사회 감싸줘야 더 큰 화 막아

에이즈감염의 90% 가량이 성적 접촉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95%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돔 등 보호장치가 없는 상태의 성접촉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는 게 현실이다. 감염경로 등에 관한 올바른 지식과 건전한 성생활이 에이즈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다.

불치병인 에이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콘돔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계층에서는 콘돔사용의 권장이 무분별한 성적 접촉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정부가 이에 앞장서고 있다는 식으로 비난한다.

감염자의 증가는 환자의 증가를 수반한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킬 염려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추적조사를 강요하여 개인생활을 힘들게 만든다. 이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우리나라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라는 것을 이들에게 보여줄 때 비로소 에이즈는 수면밑으로 숨지 않고 우리사회의 문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이종구 보건복지부 방역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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