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한반도를 떠나가고 있다. 세계적 희귀철새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는 왔다가 어디론가 날아갔고 국내 최대의 도래지 을숙도에서는 철새들의 체류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경북 고령/흑두루미떼 하루만에 떠나
경북 고령군 다산면일대 주민들은 20여일째 소식 없는 흑두루미 3백여 마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매년 시베리아에서 오는 흑두루미는 지난달 25일 14마리가 모습을 보였고 3일에는 근래에 드물게 3백여 마리가 장관을 이루었으나 4일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많이 온 것은 작별인사라도 하려는 것이었을까. 지난해 48마리만 날아와 걱정했던 주민들의 기쁨은 다시 불안으로 바뀌었다. 낙동강 오염과 골재채취로 인한 서식환경 파괴, 논밭이 비닐하우스로 바뀌어 먹이가 줄어 일본으로 가버린 것같다는 전문가들의 말도 걱정을 더해 준다. 다산면 흑두루미보호회장 박주덕씨(48)는 『철새는 날아오면 한 곳에서 월동하며 중간에 사라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흑두루미를 친구삼아 매년 찾아오던 고니(천연기념물 203호)도 숫자가 줄어들더니 올해엔 볼 수 없었다.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전세계에 3천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흑두루미의 유일한 국내도래지는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경북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에 이르는 낙동강변. 10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이 곳은 흑두루미의 낙원이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홍보부장 강갑석씨(35)는 일본 가고시마(녹아도)의 철새도래지 이즈미(출수)로 날아간 것같다고 말했다.<고령=정광진 기자>고령=정광진>
◎을숙도/소수만 월동 체류도 짧아져
경성대 조류연구소(소장 우용태 교수)가 올해 1월부터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하구 을숙도일대를 표본조사한 결과, 철새가 머무르는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을숙도 인근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철새보호활동이 계속되고 갈대숲이 우거지는등 서식환경이 좋아져 9월부터 붉은보리갈매기, 청둥오리 등 7만∼8만여 마리가 찾아와 94년 4만여 마리, 지난해 1만여 마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지점을 1∼2개월후 재조사한 결과 철새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붉은부리갈매기는 9월초 3천여 마리가 관찰됐으나 이 달들어 수백마리로, 청둥오리는 지난달 7천∼8천 마리였던 것이 3천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고니도 지난해 3백여 마리보다 늘어난 5백여 마리가 낙동강 하류를 찾아왔으나 최근에는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우용태 조류연구소장은 『겨울철새는 10월께부터 찾아와 12월에 가장 많이 서식하다가 이듬해 2월에 줄어들곤 했으나 최근엔 12월과 1월에 소수만 월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낙동강 오염으로 먹이가 줄어들고 불법정치망어선과 양식장 그물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바람에 서식환경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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