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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는 「특별교육」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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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는 「특별교육」 없다(사설)

입력
199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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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비행자녀를 둔 보호자에게 특별교육명령을 내릴 것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미국 등 인권선진국에서 소년보호취지와 부모의 자녀보호 책임을 강조키 위해 이미 유사한 제도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같은 입법취지를 일응 이해는 하면서도 한국적 현실에서는 상당한 걱정도 앞선다.발표에 따르면 소년보호사건의 개선을 위해 대법원이 마련한 방안은 여러가지이다. 그중 비행소년보호자특별교육명령제 추진방안은 보호자 이혼·맞벌이로 인한 무관심·응석받이 교육·체벌 및 학대 등의 교육 잘못이 소년비행의 원인이 되었을 때 보호자에게 특별교육 명령을 내릴 수 있게 소년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당장 제기되는 문제는 과연 무슨 방법으로 특별교육대상을 정확히 가려내 보호자에 대한 인권유린 없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일반적 관행은 물론 제도상으로도 보호자의 책임을 보다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장치란게 전무하다 시피하다. 서양사회처럼 권위있는 청소년 문제상담이나 보호관찰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명령제부터 도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여서 그 결과가 뻔할 수 밖에 없다.

법원이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린다 할 때 비행자녀를 둔 것만 해도 가슴 아픈 보호자들인데 얼마나 분통이 터질 일인가. 자녀 잘못의 책임을 무조건 보호자에게 묻는 결과를 빚어 또다른 악명높은 연좌제에 다름 아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설혹 보호자책임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 해도 그게 어찌 자녀비행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가 있겠는가. 청소년 탈선·비행책임이란게 본인과 가정은 물론이고 잘못된 학교 등 교육기관과 사회적 제도 및 관행 등에 두루 확산돼 있을진대 잘못 운용되면 보호자에게만 덤터기 씌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 현실에서는 그런 특별교육을 맡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나 전문 프로그램조차 없는 실정이다.

법원측에 따르면 현재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사건에 한해 보호자들에게 잠시 계몽비디오를 관람시키는 일종의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또 춘천지법에서는 한때 소년보호사건의 보호자들에게 YMCA에 위탁해 교양강좌를 받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미 점프 엎(Jump Up)프로그램과 보호관찰명령(Care & Probation Order)제도라는 특별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그런 관행과 제도란 오랜 기본권존중의 전통과 민주적 시민의식의 발현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론은 분명해진다. 첫째 소년범보호등의 취지나 법원선의주의 구현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성급히 특별교육명령제도를 강행해 보호자들의 인권을 짓밟을 게 아니라 시민의식이나 관행 및 교육장치의 정착부터 기다려 비로소 시행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당국의 일방결정대신 반드시 보호자 본인의 자발적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의 성찰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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