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큰소리 불구 정국 ‘벌집’ 경제 흔들「이탈리아에선 총리직에만 오르면 기소를 당하는가」
4명의 전직 총리들이 수감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25일 로마노 프로디 현총리에 대한 기소를 요청하자 이탈리아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검찰측 기소 요청서에 명시된 프로디의 혐의는 산업부흥공사(IRI) 총재시절인 93년, 식품가공 국영회사 「시리오」의 민영화를 추진하며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 당시 남부 민영기업들의 컨소시엄 Fis.Vi가 시리오사 주식지분중 62%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억달러 상당의 부당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프로디가 월권행위를 했다는 혐의다.
여성 검사인 지우세파 제레미아가 이끄는 검찰측은 프로디 총리가 정식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2∼5년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시리오사 소액주주들의 고발로 9개월전 수사에 착수했던 제레미아 검사는 프로디가 총리직에 오르기 한달전인 3월 직접 그를 조사하면서 혐의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디의 정식 기소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는 상황. 검찰의 기소요청서를 심의할 재판부(재판장 에도아르도 란디)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검찰측의 요청이 「이유있다」고 판단할 경우 프로디는 전직총리 4명의 전철을 밟아 재판정에 서게 된다.
프로디의 반응은 예상외로 태연자약하다. 25일 우디네시를 방문해서도 『걱정 없다. 그 정도로 난관에 처할 내가 아니다』라며 경제학 교수출신답지 않게 큰 소리쳤다.
하지만 정국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우파 시민들은 이날 산발적 시위에 돌입, 「도둑놈 프로디, 감옥으로 보내라」는 등 격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안프랑코 피니가 이끄는 우익 국가 동맹도 『결코 축소되선 안될 추문』이라며 정치공세에 나설 움직임이다. 술렁이는 정국은 경제를 강타, 25일 주가는 0.92%정도 떨어졌고, 마르크화 대비 리라화환율도 전날보다 2.90리라가 급락한 993.75리라를 기록했다.
부패한 우파 정권에 신물난 이탈리아 국민들이 좌파 프로디를 택하면서 기대했던 「재판 안받는 깨끗한 총리」의 꿈은 한낱 「꿈」으로 끝날 것인지 궁금하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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