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으로부터 테니스인으로서 심기가 좋지 않겠다는 말을 듣곤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고급스포츠로 영화를 누렸던 테니스가 요즘 뒷전으로 밀려 난 것 같다는 얘기다.사실 그동안 국민들의 레저 및 스포츠 패턴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다양해졌다. 만만치 않은 값의 테니스라켓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제는 수백만원짜리 수입 골프클럽 세트와 스키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바다와 하늘로까지 레저인구가 뻗어 나가고 있으니 우리 경제의 급성장을 실감하게 된다.
취향에 따라 즐기는 레저를 고급화 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고가화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경기인 출신으로서 이러한 레저인구의 증가와 다양화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늘어나는 레저스포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스포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80년대 들어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의 탄생으로 운동장을 찾는 관중은 크게 늘었어도 직접 몸으로 레저스포츠를 하는 인구는 이러한 증가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테니스의 경우 80년대 초만해도 동호인이 200만명을 넘어 국민스포츠로서 한몫을 단단히 했다.
큰 대회가 열리면 암표가 돌았을 정도이다. 이 때의 관중은 대부분 테니스를 직접 즐기며 테니스를 통해 건강을 지키는 동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테니스 인구는 당시의 절반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프로스포츠가 성행하면서 올초 국내 최대규모의 대회가 관중 부족으로 인해 국제기구로부터 개최권을 박탈당할 정도로 상황은 돌변했다.
이처럼 테니스가 급속히 위축된 것은 스포츠 다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순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운동할 장소조차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합토지세 개발부담금 같은 각종 세제상의 어려움 때문에 코트는 하나둘 사라지고, 학교 내의 코트들도 그자리에 건물들이 대신 들어서고 있다.
이는 한국 테니스의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니스는 어느 종목보다 조기교육이 필요한 구기이다. 현재 세계여자 공동 1위인 셀레스가 14세때, 중국계인 미국의 마이클 창이 17세에 세계 남자테니스를 제패한 것에서 보듯 테니스는 5∼6세에 시작해야 국제무대에서 뛸 선수가 만들어진다. 한국의 상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4위까지 올라갔다가 며칠전 은퇴한 다테 기미코 등 일본의 여자선수가 세계 100위 내에 5∼6명씩 들어 있고, 마이클 창이 세계 정상급으로 군림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도 여건만 갖춰지면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릴 만한 선수가 탄생할텐데…』하는 아쉬움이 다시 한번 가슴을 아프게 한다.<대한테니스협회장>대한테니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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