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침묵을 지켜온 박범신은 최근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흰 소가…」는 지난 세월 작가가 지켜온 침묵과 그 침묵의 이면에서 숨쉬던 나름의 고통이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준 역작이었다.
박범신은 또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제비나비의 꿈」이란 작품을 발표했다. 부제 「흰 소가… 2」가 말해주듯 이 작품 역시 재기작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소설이다. 재기작을 읽고 박범신 문학에 새로운 기대를 걸었던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가작이다. 지난번 작품과 비교해 읽어보면, 작가가 이제 다소 여유를 찾게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좋은 일이다. 그러면 이번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으로서는 우선 세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이작품을 꿰뚫고 있는 주제는 「집단에서 소외당한 자의 고독과 그 고독을 견뎌나가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적절하게 배치된 구체적인 사건의 연쇄를 통해 그 주제를 실감나게 형상화하는 작가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주제 자체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감명의 크기도 작지 않다.
둘째, 이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랑과 이해가 녹아 있다. 특히 그 사랑과 이해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키워지고 깊어진 것임을 작품 구석구석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반갑다.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말하는 문학은 많지만 그 말에서 체험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문학은 흔하지 않은 것이 오늘의 상황이기에 그러하다.
셋째, 이작품은 다른 세대 사이의 거리 혹은 갈등을 지나치게 과장한 일반적인 통념에 대해 의미있는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말과 그 말에 대한 아들의 회답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의 구성방식과 메시지의 내용이 모두 그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이동하 문학평론가>이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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