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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씨 사건’을 보고/안명기 변호사(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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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씨 사건’을 보고/안명기 변호사(아침을 열며)

입력
199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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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신뢰해야 한다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탤런트 신은경씨가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데 대하여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물론 보장되어야 하나, 이번 사건의 경우 「범죄혐의자에 대한 구속」이라는 제도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주소가 일정하지 않아 앞으로 소환이 곤란하다든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든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등 세가지 경우에 한하여서만 가능한 것이다.

혐의사실이 중요하다든가, 사회 저명인사니까 남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지위에 있다든가, 또는 혐의사실에 대해 구속이라는 고통을 주어서 당장 국민감정을 풀어주기 위해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범죄행위에 대하여 처벌하는 것은 후일 재판에서 형벌이 선고되면 그때에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신은경씨도 앞으로 그러한 절차를 밟아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의자는 무죄의 추정을 받고 또 원칙적으로 불구속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구속의 요건을 구비하지 않아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앞으로 본안재판이 남아 있고 신은경씨가 이것까지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고 다만 그 재판을 집에서 다니면서 받으라는 것 뿐이다. 주거가 일정하고 음주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증거인멸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TV나 영화출연 일정이 있어 도주도 어렵다고 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법원의 석방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사법부를 불신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생각컨대 이 문제는 국민과 사법부 양쪽에 모두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사법부가 불공정한 판결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국민이 그러한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신은경씨 석방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러한 잘못된 과거의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피차 노력해야 할 일이다.

대법원은 형사소송 규칙을 개정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판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도록 하여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이다. 앞으로는 아마도 피고인들이 집에서 다니면서 재판을 받는 것이 보통인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제 국민의식은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중범죄도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는 예가 많다. 넓은 나라에서는 도주의 우려도 많을 터인데 피고인을 저렇게까지 봐주나 하는 염려아닌 염려를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대법원은 피고인석을 변호인석과 같은 높이의 옆자리에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전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O J 심슨」사건재판 TV중계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법정내에서 상의하며 방어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났을 때 미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밖이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은 사법부를 믿었고 피해자측도 이제는 민사소송이라는 방법을 택해 심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국민이 사법부를 믿게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정권 하에서 우리가 가졌던 의식구조도 달라져야할 것이고, 사법부도 더욱 신뢰받을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이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는 것도 앞에 말한 바와 같은 의식개혁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신은경씨 사건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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