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갑자기 가시다니.언제나 건강하고 쾌활하던 가산이 먼저 가신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가산이 55년부터 30년간 서울대 법대에 계신 동안 나와 동고동락한 20여년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선생은 노동법의 불모지와 같았던 이 나라에 용기와 투철한 참여정신으로 노동법학이 뿌리를 내리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셔 수많은 후학들을 배출했습니다. 선생의 명성은 국제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한국의 법학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선생의 정열적인 활동은 세계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94년 9월에는 국제노동법 사회보장학회 제14차 세계대회를 수많은 석학들의 참석리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선생은 이 대회에서 국제노동법 사회보장학회장으로 피선돼 한국학계에 영광을 안겨줬습니다.
내년 9월이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15차 세계대회가 개최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수천명의 학자들이 선생의 개회선언에 따라 대회를 열게 돼 있습니다. 당신이 훌쩍 떠나고 말았으니 누가 개회선언을 한단 말입니까.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생이 떠난 자리가 너무도 크게 보입니다. 불과 한 달전인 10월22일 선생은 학술원에서 「다양한 고용형태와 노동자 보호」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회를 주관하셨지요. 낭랑한 목소리로 기조발제를 하던 선생의 모습이 너무나도 또렷합니다.
선생은 오랜 기간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서 숱한 노사분쟁을 처리하여 이 땅에 산업평화와 노사자치주의를 실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노사관계 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법학의 어른인 선생의 학식과 조정력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게도 즐기시던 테니스. 테니스장을 지나노라면 하얀 유니폼을 입은 선생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가산 선생.
영락의 동산에 고이 잠드소서.<서돈각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서돈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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