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겨울, 미시족은 과연 몰락한 것인가」 최근 광고 및 의류와 화장품 유통업계 마케팅관계자들 사이에는 이같은 물음이 최대관심사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20대 뺨치는 처녀같은 외모, 전업주부의 평범함을 거부하는 자기표현, 직장에선 맹렬여성, 가사에선 일등주부 등으로 그려져온 「새로운 30대」 미시족은 마케팅의 신개념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 미시족은 마케팅 현장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93년 「미시 백화점」을 표방하고 유통업계에 미시선풍을 몰고왔던 서울 그레이스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메인 테마를 「신촌지엔느」로 바꿨다. 30대 후반의 여성들이 주고객을 이루는 그레이스는 2년여 동안 추구해온 미시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지역성을 강조한 패션중심의 백화점으로 거듭나기위해 「신촌지엔느(신촌의 멋쟁이)」로 이미지 전환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레이스측은 『「신촌지엔느」는 단지 화려한 의상이나 수려한 외모를 갖춘 왜곡된 미시가 아니라, 지성과 예술, 자신의 패션과 생활에 주체성이 있는 참다운 미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늘 애인같은 아내」라는 광고카피로 친숙했던 LG생활건강의 드봉화장품은 미시열풍에 힘입어 93년 30대 여성 전용화장품 「뜨레아」를 출시, 1년 넘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피부에 촉촉한 느낌을 주는 기초 화장품 「에멀전」과 피부에 팽팽한 느낌을 주는 수렴화장수 「아스트린젠트」 등은 동종화장품 판매량에 3∼4배의 높은 신장률을 보이며 미시족의 기본목록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최근 LG는 더이상 「뜨레아」에 대한 신규상품 개발에 투자를 쏟지 않고있다. LG는 그보다 20대 여성들을 겨냥한 「이지업」에 전력투구중이다. LG의 관계자는 『미시 마케팅이 빛을 잃는 것은 30대 연령층이 기본적으로 소비층이 가장 두터운 10∼20대의 틈새시장으로 애초부터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로는 새로운 마케팅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태이지만 또 다른 형식의 미시 마케팅은 꾸준히 개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93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미시 캐주얼 브랜드들은 그 「화려한 외침」과는 달리 소비자군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나산의 「예츠」, 신원의 「크로와제」, 대현의 「모델리스트」 등. 모델리스트는 아예 없어졌고 신원은 30대 연령층으로만 못박아온 크로아제의 기본 이미지에서 탈피, 주 연령층을 20∼30대까지로 확대하는 제품 컨셉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의류 업체관계자들은 당시 미시 캐주얼 브랜드들이 미시라는 캐릭터를 표방하면서도 2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을 지향하는 등 의류패턴에 있어 미시의 차별성이 없었던 점을 가장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신원의 한 관계자는 『미시에 대한 실체와 관점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또 변화돼야 한다』며 『꼭 과거와 같은 미시 마케팅이 아니라도 30대 여성층의 소비패턴을 다양하게 이끌어 줄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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