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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씨(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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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씨(지평선)

입력
1996.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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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필로폰 복용혐의로 네번째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검찰에서 「마음 편하게 대해 준 사람은 사창가 여자들 뿐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쌓여던 스트레스와 처신하기 어려웠던 고뇌가 이 말속에서 그대로 배어나고 있다.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둘째 아들 윌리엄은 「유명한 사람의 자녀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행복한 일은 아니다」고 저명인사 아들로서의 미묘한 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마하트마 간디도 사업등에 실패한 후 스트레스를 못이기고 술과 여자에 빠진 큰아들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 큰아들은 죽음에 임박한 어머니 앞에 고주망태가 되어 나타나고 아버지 장례식엔 화장이 다 끝난 뒤 모습을 보였다.

간디는 생전에 「어떤 사람이 선량하다고 해서 그 아들도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다」고 아들의 타락을 변명한 바 있다. 비폭력 비협력운동으로 수억의 인도국민을 움직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던 그도 아들만은 스트레스 속에서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유명」인사 자녀들의 삶엔 세가지 형태가 있다. 박지만씨처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아주 타락해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큐리 부인의 딸처럼 부모의 학문정신을 멋지게 이은 경우도 있다. 마지막 형은 부모의 후광 아래서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는 부류다.

이중 가장 꼴사납고 해로운 것은 바로 마지막 형이다. 스트레스를 떨치지 못하고 타락한 사람은 그래도 사회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삶만 망치지만 부모의 권력과 부 등을 믿고 날뛰는 사람들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입힌다. 지금 우리 사회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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