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아파트 당첨의 행운을 잡으세요』아파트 분양 광고를 연상케하는 이 문구는 최근 러시아의 한 유력일간지가 97년도 정기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1면에 게재한 사고의 제목이다. 어떤 경제지는 1면부터 3개면에 걸쳐 지난 1년동안 보도했던 주요기사를 요약하고 유명인사를 동원, 타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가하면 반드시 구독해야하는 이유 10가지를 열거하기도 했다.
신문들이 앞다투어 경품을 내걸고 판촉에 나서는 것을 보면 러시아 신문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또한 풍토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공산당이나 정부의 기관지로, 노동조합과 군의 이익을 대변하는 홍보지로 수백만∼수천만부씩 발행하며 경제적 어려움없이 지내온 과거는 까마득한 옛날이 되고 만 것이다. 서방의 유력지를 모방한 세보드냐,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코메르산트 데일리등 신생지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과거 거대신문들을 「별볼일없는 매체」로 떨어뜨린 사실도 각종 경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곳 신문들이 정기구독자 모집에 목을 매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이 단절, 재정적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가판신문보다 2배이상 비싼 값으로 1년치 구독료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는 미국의 뉴스위크와 합작, 본격적인 시사주간지를 표방한 「이토기」가 정기구독 신청자를 대상으로 미국 무료 여행권을 상품으로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인들 가운데는 『꿈에도 그리는 미국여행의 행운을 잡기위해 무리해서 6개월간 이토기 정기구독을 신청했었다』고 실토하는 이도 많다.
이같은 현상을 지켜보노라면 자본주의를 뒤늦게 받아들인 러시아가 자본주의의 병폐 가운데 하나인 한탕주의에 너무 빨리 물들어가는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