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보다 외모 중시/‘돈·인기’ 보랏빛 꿈/진학상담 애먹기도서울 혜원중학교의 3학년 담임 양아무개 교사(27)는 얼마 전 한 여학생의 고교진학지도를 하면서 허탈감을 맛봐야 했다.
성적이나 가정형편이 실업계고교를 가야 좋을 학생이 막무가내로 인문계를 가겠다고 고집했는데 그 이유가 걸작이었다. 탤런트가 되고 싶다는 이 학생은 『돈이나 「빽」없이도 성공하려면 해외유학파라는 꼬리표가 붙어야 하니까 어쨌든 인문계 가서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한 다음 미국에 잠깐 있다가 연예계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해외유학파 연예인은 무조건 성공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이 학생은 「진학에 실패해도 후회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진학상담을 마쳤다.
서울 월계중학교의 3학년 담임 신아무개 교사(38)는 비슷한 이유로 정반대의 상황을 경험했다.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모범생이 굳이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하겠다고 우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꼭 강남공고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가수가 되기위해서』.
「전사의 후예」라는 노래를 부른 댄스그룹 HOT의 열렬한 팬인 이 학생은 HOT 멤버 중 한 명인 이재원이 강남공고에 다니므로 『학교후배로 좇아다니면 가수가 되는 길에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우리 청소년들의 연예인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모세대들에 의해 「딴따라」로 경원시되던 연예인을 요즘 청소년들은 「돈과 인기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최상의 직업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양교사는 최근 자신의 반 학생 54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했다가 29.6%인 16명이 장래희망을 연예인이라고 쓴 데다 가장 큰 이유로 「돈을 많이 버니까」를 들어 내심 놀랐다고 한다. 또 연예인이 되기위해 준비해야할 것으로는 「외모(17명)」가 적성인 「감각·끼(5명)」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월계중학교의 이지숙 교사(29)는 『그나마 연예인이 되고 싶은 꿈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며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래희망을 물으면 「그냥 평범하게 살래요」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들려주는 이교사는 연예인이 되겠다는 희망 그 자체보다는 『성공하려면 해외유학을 가야한다거나 감각보다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능력보다는 후광효과가 성공을 좌우하는 현실을 어른들이 반성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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