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운 것 금기시하면 억압된 성의식 심어줘/성장 단계따라 조언 필요『중1인 아들의 방에서 외설잡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성에 대해 눈을 떴구나 싶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죠』
『5세된 남자아이인데 자기 성기를 만지고 있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자아이, 언제부터 성교육시켜야 할까」는 아들을 가진 부모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최근 가정뿐아니라 학교에서도 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순결교육에만 관심이 집중되어있다. 성폭력, 임신출산 등 청소년의 성문제가 결과적으로 여학생을 통해 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학생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갈수록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부설 「가족과 성상담소」가 최근 서울 경기지역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중생의 26.3%, 여고생의 48.9%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남중생은 43.9%, 남고생은 68.9%가 「한번도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가정에서도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남자아이의 성교육은 대체로 무시, 방치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남자는 성에 대한 욕구가 충동적인 데다 외향적이므로 적절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란노가정상담연구원」에서 청소년과 성에 대해 강의를 해온 신경정신과의 차준구씨(47)는 『성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5∼6세부터 부모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성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말보다는 부모의 평소 금슬이나 반응이 아이에게 건강한 성의식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하다. 2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에는 부모들이 청소년의 정상적 발달과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몽정현상이나 자위행위는 이 나이에 지극히 정상적이므로 문제가 생긴 듯 흥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한다. 차씨는 『차라리 운동이나 건전한 교제를 통해 이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고1, 중3인 두아들을 키우는 김홍자씨(주부·45)는 『휴지통이 자주 차는 것을 보고 아들에게 사춘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버지가 나서서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라는 것을 설명했는데 아들이 안심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여성학자 윤양헌씨(43)는 『성교육은 성 정체성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몽정현상이나 자위행위를 수치스러운 것으로 표현하거나 금기시하면 억압적인 성의식을 심어주게 된다고 윤씨는 지적한다.
이민선씨(27·청운중 양호교사)는 『1학년때부터 피임법 성병 성폭력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는데 결코 이른게 아니다. 개인에 따라 발달과 관심에 차이가 있지만 잘못된 성지식을 갖고 성경험을 하는 중학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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