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최초 해외재판 무산

◎한미 사법부 증인신문절차 등 이견으로「사법사상 최초의 해외재판」이 무산됐다. 미국영토에서 우리 사법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로 관심을 모은 장준호 피고인(20)사건 재판부는 24일 『미국 현지재판을 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유학생인 장피고인은 93년 7월 뉴저지주의 한 쇼핑센터에서 일본계 미 여대생을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받다가 국내로 도피해 물의를 일으켰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 최정수 부장판사는 『한·미간 사법공조 체제 구축을 위해 현지재판을 강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으나 구속만기일이 내년 1월7일인데다 연말업무가 많아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해외재판 무산의 이면에 양국 사법부의 자존심 싸움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측의 범인인도 요청을 우리 정부가 거절한데서 비롯된 자존심싸움은 증인신문절차로 다시 불거졌다. 6월 재판부가 미국법원에 피해여성과 공범 김모씨(22)에 대한 대리신문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거절했다. 대신 「한국법원이 미국에 와 직접 재판을 연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 다시 대리신문을 요청했으나 미국측은 거절했다.<이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