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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연씨 ‘DMZ’,송대방씨 ‘헤르메스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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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연씨 ‘DMZ’,송대방씨 ‘헤르메스의 기둥’

입력
1996.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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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이야기’가 살아난다/분단·서양예술사 배경/탄탄하고 지적상상력 넘치는 서사 만들기 성공소설에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탄탄하고도 활달한 지적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힘찬 서사가, 소설 속에서 제자리를 찾고 있다.

그 작가들이 소위 신세대로 뭉뚱그려지는 젊은이들이라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개인 취향의 성 문제나 전자문명, 이미지 만들기에만 관심이 쏟아지는듯 하던 최근 몇 년의 파편적 소설창작 경향이 변화하는 징후다.

계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발표된 박상연씨(24)의 「DMZ」와 문학동네에서 곧 출간되는 송대방씨(27)의 「헤르메스의 기둥」. 두 장편의 배경은 각각 현재의 분단한국과 16세기 초 유럽이라는 엄청난 시공의 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라는 소설의 전통적 골간을 충실히 지키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만들기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DMZ」는 최근의 젊은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분단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소설이다. 그러나 리얼리즘에 바탕한 소위 거대서사는 아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속도감 있는 문체로, 분단상황이 개개인의 인간조건에 어떻게까지 극한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화자인 에메르 젱시아(브라질어로 「비상구」라는 뜻)는 한국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브라질 출신의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유엔군 장교. 아버지는 한국전쟁때 인민군으로 참전했다 포로 수용소에서 반공포로였던 동생을 죽인 인물이다. 그는 제3국인 인도행을 택하고 브라질에서 살다 결혼한다. 이쯤에서 「광장」의 이명준을 떠올릴 법하다. 화자는 이명준의 아들인 셈이다.

화자는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정작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군 상병 김수혁. 그는 경계근무중 북한군 사병 오경필 등과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친해지고, 수시로 북한 초소까지 몰래 가서 술 담배를 함께 나눈다. 그러다 들려온 한발의 총성에 조건반사처럼 총기를 난사해 오경필을 죽이는 김수혁. 분단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조건반사화시킨 것일까…

작가는 『난 이제 통일 따위에 관심이 없다. 나의 관심은 통일이 아니라 분단에 있다… 이유도 모르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이야기했고 「이 연사 힘차게」로 시작하는 부르짖음에 익숙해있었던 난 무서워졌고 우리를 옥죄는 이 거대한 시스템의 한 형태에 저항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송대방의 소설은 움베르토 에코의 서사를 연상시킨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이 신예작가의 모험소설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파르미지아니노의 그림 「긴 목의 성모」에서 출발한다. 그림 속에 배경으로 나타난 기둥의 원근법적 부조화, 그것이 모티브다.

한국의 미술사학도 김승호와 유하영이 이 모티브를 찾아 떠나는 모험여행이 한 축이고, 파르미지아니노가 실제로 살았던 16세기 초 프랑스 대학교수 미셸이 이단의 지식인 연금술의 성패를 좌우할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서는 것이 또다른 축이다.

소설은 이 두 축을 이야기 구조로 깔고 서구의 정신사와 인문학을 탐사한다. 평론가 서영채씨는 『우리 문학사를 통해 서구의 신화나 역사 속으로 투신한 장편소설은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정도로 드문 경우』라며 『르네상스 예술사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헤르메스의 기둥」은 젊은 작가의 무모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열기로 능히 덮여질 수 있는 행복한 흠』이라고 말했다. 작가 송씨는 지금 『서양 미술사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프랑스에 체류중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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