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가상세계로 확대된 현실세계의 여성차별구조/“여성은 안돼” 편견을 벗고 네트워크속 지위 향상 노력해야여성들이여, 사이버 월드의 주인이 되자.
직업과 세대를 막론하고 컴퓨터와 PC통신을 모르면 바보취급을 받는 「정보화 시대」다. 그러나 여성들은 아직 정보화의 물결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있다. 현실세계에서 남성들에게 밀려 주도권을 잃은 여성들은 사이버 스페이스 속의 가상세계에서도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커머스넷과 닐슨미디어 리서치가 발표한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사용자 중 여성은 33%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의 네트워크 사용수준은 더욱 낮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3대 통신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를 밑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PC통신망에서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구경거리가 되는 웃지 못할 일들을 겪는다. 대화방(채팅룸)에 여성 사용자가 들어서면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받게 된다. 통신펜팔과 같은 게시판에서도 남성사용자들은 가끔씩 등장하는 여성사용자들에게 「사귀고 싶다」는 편지를 한꺼번에 수백통씩 보낸다.
여성 네티즌들이 이렇게 취급받는데 대한 책임은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여성들 자신에게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여성의 숫자가 적다는 데만 있지 않다. PC통신망은 잇달아 「여성클럽」 등을 개설, 여성관련정보들을 묶어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먹고 마시고 입는 데 그친다. 여성들을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주체로 보는 왜곡된 시각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왜 여성들은 사이버월드의 주변만 맴돌고 있는 것일까.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진출이 현격히 뒤떨어지는 현실세계의 차별구조는 그대로 가상 세계로 이어진다. 직장에서 매일 컴퓨터를 맞대고 컴맹, 넷맹들은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에서 일하는 남성들에 비하면 여성들은 대단한 성의를 가지지 않으면 네티즌에까지 이르기가 쉽지 않다. 여성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된다. 「여성들은 과학기술이나 기계를 싫어하며 잘 익히지 못한다」는 편견은 어느새 여성들 스스로의 머리속에까지 자리를 잡아 PC에 대해 막연한 경계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가 가져다줄 가상사회가 기존 사회의 영역확장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여성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18일부터 사흘간 「정보화 시대와 여성인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던 한국여성정보원의 김은주 연구원(30)은 『새롭게 펼쳐지는 공공 사회에서 여성들이 현실세계의 왜곡된 여성문화를 바꾸고 네트워크 속에서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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