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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방향(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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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방향(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6.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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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 바르면 나라는 절로 다스려진다(관정이국치)고 했다. 각종 비리로 어지럽기만한 이 나라가 잘 다스려지도록 관을 바로 세울 묘방은 정녕 없는가.관리들이 호랑이 곶감 무서워하듯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감사다. 걸핏하면 모든 핑계를 감사에 갖다 댄다. 무사안일의 핑계도 감사요 복지부동의 핑계도 감사다. 민원을 퇴짜 놓을 때마다 내뱉는 상투어가 「허가 해주면 감사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 한마디면 민원인도 끽소리 못하고 입 다문다. 관리가 감사에 걸린다는 데야 시민은 자칫하면 자기가 감사라도 당할듯이 겁먹고 도망칠 수 밖에 없다.

감사가 이렇게 위세 당당한 것이고 무서운 것이라면 관을 바로 세우는데 지금까지 왜 힘을 못썼을까. 지금부터라도 이 감사의 마력을 빌리면 안되는 것일까.

감사라면 대부분 공무원의 월권행위나 부당행위의 색출에 집중되어 왔다. 특히 소위 특혜를 찾아내는 것이 감사의 주임무처럼 되었다. 이것이 감사를 겁내면서도 감사가 공무원 사회를 말끔하게 정화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어 있다.

공무원의 부정은 특혜의 수수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정당한 업무의 처리 과정에서 비리가 더 많이 생긴다. 감사의 눈이 시퍼런데 이것을 무릅쓰고 특혜를 감히 저지를 만큼 간 큰 공무원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감사는 이 특혜 방지에 상당한 견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전혀 위법성이 없는 경우다. 가령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많은 공무원들은 별다른 하자가 없는 것이라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교묘한 말로 벼슬을 어지럽힌다(이구난관). 일반 시민으로서는 일일이 관련 법규를 알고 있을리 없고 설령 법규를 들고 나와 따져봤자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불리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해버린다. 되도록이면 골탕을 먹이려고 작심한 공무원에게는 못만들어낼 트집이 없다. 그러다가 정 궁하면 얼른 끄집어내는 녹슨 무기가 바로 「감사에 걸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감사에 걸릴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버텨도 이쪽이 감사관이 아닌바에야 저쪽을 설득할 방법이 달리 없다. 상급 관청이나 민원실에 호소해 봤자 관관상위라 관은 관을 편들지 민을 편들지 않는다. 남은 유일한 방법이 뇌물이다. 여기에 부정이 낀다. 공무원으로서는 법대로 처리했으니 감사에 위험부담이 없다.

감사는 이런 경우 속수무책이다. 감사에 걸릴 부정은 서류상으로 한가지도 저지르지 않았다. 이렇기 때문에 막강한 감사의 위력도 공무원의 부패를 근절하는 데는 무력한 것이다.

감사가 그야말로 공무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되자면 감사의 방향을 대전환해야 할 때다.

특혜를 들추어 낸다지만 그것은 뇌물과 교환한 불법적 혜택일때 특혜다. 전혀 부정한 거래가 개입되지 않은 선의의 혜택은 그것이 어쩌다 법의 테두리를 다소 넘어서더라도 과잉봉사로 지적은 될망정 부정행위로 징계될 일은 아니다. 사실 모든 공무원은 모든 국민에게 특혜를 주듯이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대급부가 개재되어 있지 않는 한, 그리고 그 혜택이 공익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규를 되도록이면 국민 편에 서서 확대해석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못되고 감사는 이런 특혜에 관대해야 한다. 호의적으로 봉사하고 싶어도 그 대가를 의심받을까봐 주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년초 제주도의 신구범 지사가 공무원의 실수권을 인정하겠다고 공표했다. 투철한 책임의식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소신껏 일하다가 범하게 되는 실수에 대해서는 문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철저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고 모든 행정기관이 이래야 할 것이고 감사도 이 방향이라야 할 것이다.

감사는 그대신 고의적인 직무유기에 엄격해야 한다. 이 고의에 저의가 있다. 관청의 서랍속에서 미적거리거나 합당한 까닭없이 거부당한 정당한 민원이 수상하다. 당연히 처리되어야 할 것이 폐쇄된 자세의 엉뚱한 이유로 처리되지 않았을때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

사정의 바람이 불면 공무원들은 보리눕듯 드러눕는다. 감사는 먼저 이 복지부동을 기동시켜야 하고, 그리고 감사를 방패로 삼으면서 그것을 오히려 편리한 무기로 역이용하여 국민을 괴롭히는 관리들을 가려내야 한다. 이것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지름길이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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