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느와르는 드가를 일컬어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조각가」라고 말했다. 대상의 운동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내는 드가의 인체 소묘는 르느와르의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1834∼1917)의 1877년 작품 「무대 위의 무희」는 드가 반평생의 연구 대상이었던 인체 소묘의 걸작으로 꼽힌다. 동시에 이 작품은 『발레에서 그리스인들의 조화된 운동감을 볼 수 있다』는 드가의 발레 옹호론을 가장 잘 말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상주의 화가로 분류되는 드가가 동시대 화가들의 스케치 대상이었던 전원으로 나가지 않고 극장 안의 무희에게 관심을 쏟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카페. 도시 부르조아 출신의 이 화가에게 발흥하기 시작한 도시문화의 상징은 매력적인 소재였다. 드가는 1860년대 후반부터 카페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그림에 담으려 했다. 콘서트와 발레같은 이벤트는 물론 다양한 군상들의 어두운 모습까지 담겨있다.
드가는 특히 1872년 이후 르 페르티가의 오페라 극장을 자주 출입하면서 다양한 무희의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다. 무희들이 돋보이는 극적인 장면들 외에 연습실과 탈의실 분장실 등 다양한 배경에서의 다채로운 포즈를 포착했다.
특히 토슈즈를 가다듬는 「무용화의 끈을 매는 무희」(1883년), 연습중 긴장을 풀고 있는 「무대위에서의 발레 연습」(1874년)등 작품은 실재적 운동감을 바탕으로 한 조형미의 완성에 다가서려는 드가의 집요한 노력을 보여준다.
「무대 위의 무희」의 프리마돈나는 역시 「여성성」보다는 「운동성」이 한층 강조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그린 이 그림은 전통적 구도로 봐 주인공의 위치는 지나치게 오른편 아랫쪽으로 기울었고, 뒷쪽 배경은 빠르고 거친 필치로 생략돼 있다. 하지만 이런 파격은 오히려 프리마돈나의 운동감을 강조하는 요인이 됐다.
또 사뿐히 포즈를 취하는 프리마돈나의 팔이나 다리는 여러번 손이 가지 않았으면서도 핵심적인 형체와 균형미를 갖추고 있다. 원근감 깊은 무대위의 무희를 비추는 각광 역시 압축 생략된 배경의 고전적 조형미의 발레리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종이에 파스텔. 세로 58㎝, 가로 42㎝. 파리 오르세이 미술관 소장.<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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